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827년, 주(周)나라 선왕(宣王)은 서쪽 오랑캐인 융적을 공격했다. 이는 융적이 주나라 신하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나라 군대는 전투에서 처참하게 패하고 말았다. 선왕은 다행히 살아 돌아왔지만 몇 년 동안 이를 갈았다.

선왕에게는 충성스런 신하 두백이 있었다. 전쟁터에서는 용감한 장수이자 왕실에서는 누구보다 현명한 신하였다. 하루는 선왕이 두백을 불러 말했다.

“융적에게 패한 것을 설욕해야겠다. 가능한 많은 병사들을 징집하도록 하라!”

하지만 두백이 강하게 반대 의견을 내었다.

“지난 번 전쟁으로 죽거나 부상을 입은 백성들이 제법 많습니다. 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다시 군대를 일으키신다면 이는 백성들의 원망을 사는 일이옵니다. 하오니 그만두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에 선왕이 화가 치밀었다.

“융적은 나의 원수다. 신하된 자로서 어찌 왕의 원수를 갚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냐? 그리고도 왕실의 신하라 할 수 있단 말이냐!”

그러자 평소 두백을 미워하던 간신 하나가 나서서 선왕에게 아뢰었다.

“폐하! 두백은 평소 사석에서 오늘날 주나라가 있게 된 것이 자신의 공이라며 떠벌이고 다녔습니다. 하오니 이참에 그 죄를 엄히 다스려주시길 바라옵니다!”

그 말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선왕이 크게 분노하고 말았다.

“뭐라고? 이놈을 용서할 수 없다. 여봐라! 두백을 당장 끌어내어 참수하라!”

그러자 형리들이 바로 달려와 두백을 끌고 계단 아래에서 칼로 목을 베었다.

3년 후, 하루는 선왕이 사냥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때 앞쪽에서 갑자기 수레 한 대가 빠르게 다가오더니 사내가 인사를 건넸다.

“선왕께서는 별고 없으신가요?”

선왕이 고개를 들어 상대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는 바로 죽은 두백이 아니던가! 선왕은 크게 놀라 몸을 벌벌 떨었다. 자신이 차고 있던 보검을 뽑아 휘둘렀다.

“이 귀신아! 어딜 감히 다가오느냐. 물러가라, 물러가!”

그러자 두백이 말했다.

“이 무도한 자야. 나를 왜 죽였느냐? 이제 너의 천수는 끝났다!”

이어 두백이 선왕의 심장을 향해 활을 쏘았다. 선왕은 크게 소리치고는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서둘러 궁궐로 돌아왔으나 그날로 병을 얻었다. 그런데 눈만 감으면 두백이 나타나 자신을 죽이려 하였다.

“두백이 나를 죽이려 한다. 어서 두백을 쫓아내라. 어서!”

사흘이 지나자 선왕의 병은 더욱 심해져 결국 고통 속에 죽고 말았다. 이는 ‘중국 고대신화’에 있는 이야기이다.

천도불용(天道不容)이란 하늘의 도리는 공평해서 악을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하늘의 도리에 대해 말하기 좋아한다. 그러면 천도란 무엇일까? 사람을 함부로 죽인 자는 하늘이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런 것이 천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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