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지난 5월 7일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윤미향 더불어 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자의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대표 시절 정의연 운영 및 회계처리가 끊임없이 의혹을 사고 있다. ‘정의연이 2018년 한 맥줏집에서 3천300만원을 결재했다’는 보수 언론의 보도와 관련하여 회계처리 과정의 오류를 부풀려서 정치 쟁점화한다는 우려와 함께, 윤미향 전 대표 딸의 해외유학 비용 문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쉼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운영에 윤 대표 부친이 관리인으로 있었다는 보도는 일반인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사회과학에 주인-대리인 이론이 있다. 국민과 정부, 주주와 전문경영인의 관계를 설명할 때 사용되는 이론이다. 주인이 직접 문제를 처리할 수 없으므로 전문가인 대리인에게 재량권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부탁할 때 주인-대리인의 관계가 형성된다.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각종 시민단체(NGO)도 시민인 주인과 NGO 운영자인 대리인의 관계를 형성한다.

시민들은 사회봉사나 사회문제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하므로 돈을 기부하여 대리인이 자신을 대신하여 사회봉사 활동을 해 달라고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주인과 대리인 간의 정보의 불균형, 감시의 불완전성 등으로 도덕적 해이나 무임승차 문제, 역선택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특히 주인은 대리인에 대한 정보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을 활용하여 대리인이 시민단체나 기부금을 자기 이익을 위해서 사용하는 도덕 해이를 가져올 위험이 상존한다.

윤미향 당선인과 관련한 의혹은 바로 대리인인 정미향 당선인이 정의연이나 기부금을 공익이 아닌 자기 개인의 이익을 위해 활용한 것이 아닌가에 대한 의혹이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이에 대리인의 양심과 도덕에 호소하게 된다. 제도적으로 시민단체 회계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이 있지만, 이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시민들은 정의연이 정의를 실천하는 집단이고, 사회적 이슈가 된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단체이기 때문에 자신들을 대신하여 역사적 사명을 실천할 것으로 생각하여 십시일반 기부금을 내고, 정부도 보조금을 주었다. 시민들의 가슴으로 기부한 돈은 시민단체가 주인이 아닌 시민이 주인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나영 이사장이 기자회견에서 약간의 회계 실수는 있지만, 외부 회계 감사 안 받겠다고 한 발언은 대리인의 오만이다.

시민단체는 민주, 정의, 자유를 추구하는 조직이지만 우리의 많은 시민단체가 목표의 전환 현상으로 설립 목표가 희석되고, 과두제의 철칙으로 개인 것이 되고, 정치화되며, 국회의원을 하기 위한 통로로 전락하고 있다. 정의연의 문제는 윤미향 당선인이 10여 년 동안 이사장직을 독점화한 비민주적 운영의 산물이다. 시민단체 인력의 부족, 재정적 열악 등은 차선의 문제이다. 무엇보다 시민단체가 정치화되면 그 본질이 사라지게 되고 모든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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