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충청매일] 올 봄.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나라가 혼란에 빠졌다. 여행을 자제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학교도 휴업하고 직장을 잃기도 했다. 집 밖의 일상생활이 모두 마비되었다. 각종 집회나 종교단체 모임도 제재를 받는 등 거의 마비 상태로 몇 달이 지속되었다. 답답하다. 그래서 시골로 다니며 농사일을 하는 게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유일한 방법 이었다. 차를 타고 오고가며 봄꽃을 즐겼다. 갈 때마다 다른 종류의 꽃들이 피어있어 지루함 없이 아름다운 봄을 그나마 만끽할 수 있었다.

꽃은 기다려 주지를 않는다. 인생 또한 기다려 주지 않는다. 오랜 기간을 준비하여 피어난 꽃들인데 며칠이 지나면 지고 만다. 아쉽다. 시기를 놓치면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만나볼 수 있다. 화려함은 잠시 뿐인가 보다.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꽃이라도 오래 피어있으면 그나마 위안이 되련만 기다려주지 않고 때가되면 시들어 버린다. 마음의 쓸쓸함을 안겨준다.

우리 인생도 똑같은 것 같다. 한 시절 혈기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어느 순간 서서히 시들어 간다. 오래 지속되면 좋으련만 더 이상을 허락하지 않고 시들게 만든다. 짧은 봄날처럼 화려함은 사라지고 뜨거운 태양이 내리쬔다. 그나마 꽃이 시든 자리엔 열매가 달리고 잎 새 사이로 영글어 간다. 인생이 시들었다하여 끝난 것은 아니다. 시든 가운데 또 다른 사업이 시작된다.

꽃은 아름답지만 지는 꽃은 추하다. 바람에 날려 이리저리 둥글고 밟히고 썩어간다. 달리는 차안에서 바라보면 더욱 추잡스럽게 느껴진다. 하늘이 뻥 뚫린 가지 사이가 허전하고 쓸쓸하기조차 하다. 거기에 봄바람까지 가세하여 흔들리는 모습은 매우 처량하게 느껴진다. 봄의 앞과 뒤는 너무나도 다르게 다가선다. 누구나 봄은 화려하고 아름답다고 한다. 봄의 단면만 보고 얘기하기 때문일 게다.

지지 않는 꽃은 없다. 꽃이 지는 것은 새로운 시작의 알림이다. 벌, 나비의 도움을 받아 꽃보다 아름다운 생명을 잉태한다. 잎을 피워 그들을 감싸주고 보듬어주며 자라게 한다. 훗날 그들로 하여금 또 다른 생명체를 탄생케 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꽃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오래 간직하지 않고 후세를 위해 과감하게 사라지고 만다. 나를 버리고 너를 탄생시키기 위함일 게다.

물이 쉼 없이 나아가 듯 계절도 인생도 흘러간다. 계절마다 피는 꽃이 다르듯 인생도 나이에 따라 그에 걸맞게 피어난다. 젊어서는 젊은 대로 멋있고, 나이가 들어서는 나이가 들은 대로 아름답다. 봄이 예쁘다 가을이 예쁘다 단정 지을 수 없듯이 우리네 인생도 어느 한쪽이 좋다고 얘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꽃이 지는 것은 다시 피어나기 위해서다. 우리 인생도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지는 것일 게다.

가는 세월 원망하지 말고, 지는 꽃 한탄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정해져있는 삶이요 인생인 것이다. 잡으려고 노력하지 말고, 보내려 애쓰지도 말아야 하겠다. 그저 가면 가는대로 오면 오는 대로 순리에 따라 살아가야 되겠다. 예쁘면 어떻고 보기 흉하면 어떤가. 지루하면 지루한 대로 그런대로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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