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보험과 정부의 복지지원이 확대하면서 모럴해저드(moral hazard) 즉 도덕적 해이가 커지고 있다. 원래 보험시장에서 사용되던 도덕적 해이는 정보를 가진 사람이 정보를 가지지 않은 측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말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 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일부러 사고를 내서 후한 보상금을 받거나, 의료보험이나 실손 보험을 든 경우 아프지 않거나,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병에 대하여 과도한 진료를 받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개념의 도덕적 해이는 법과 제도적 허점을 이용하여 자기 이익을 챙기고 자기 책임을 소홀히 하거나 집단적 이기주의를 보이는 상태나 행위를 총칭하기도 한다. 도덕적 해이는 자신이 부담할 비용을 타인이나 국가가 부담하게 한다. 도덕 해이가 단기적으로 개인에게는 이익이 될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험료의 상승이나 국가지출의 증대를 가져와서 개인과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고부담-비효율(낭비)적 체계를 재생산하게 된다.

도덕적 해이는 기본적으로 ‘몰래 지은 죄는 죄가 아니다.’라는 관념이 작용하는 행동이다. 정보의 비대칭, 즉 다른 사람이나 국가가 내가 한 행동에 대하여 모를 것이라는 전제에서 이루어지는 도덕적 해이는 사회의 모든 분야에 퍼져있다. 사회 구성원들이 양심, 사회적 여론, 관습 따위에 비추어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 준칙이나 규범을 의미하는 도덕적 규율이 풀려서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는 사회가 혼란할수록 커진다.

지금 정부와 지자체의 코로나 19와 관련된 재난지원금 정책에서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들리고 있다. 코로나 19 확진자가 줄어들고 있지만, 기본 행동 수칙을 지키지 않는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는 코로나 19에 감염되더라도 치료비를 정부가 전액 부담할 것이라는 도덕적 해이가 작용하는 듯하다. 지자체가 지급한 선불카드나 지역 상품권을 현금화하기 위해 카드깡을 하고, 재난지원금을 받는 신용카드 사용에 대하여 신용카드 수수료를 사용자에게 부담시키고, 코로나 19와 재난지원금을 핑계로 생활필수품 가격을 높이는 것도 도덕적 해이와 무관하지는 않다.

정부는 코로나 19와 관련하여 당초 지급하지 않겠다는 소득 상위 30%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이들에게 기부금 형식으로 재정지출을 줄이겠다고 한다. 2019년 조사에 의하면 자신이 중산층 이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약 60%,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35%, 중산충 이상이라는 사람이 5% 전후로 응답하고 있다. 체감적으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기부를 권고하게 되면 이들은 도덕적 딜레마에 빠질 위험이 있다.

이러한 도덕적 딜레마가 커지게 되면 정책의 효과는 반감되고, 공무원 집단처럼 강제성 기부의 모습을 보인다면 재난지원금 기부는 재난지원금 거부가 될 위험이 있다. 이에 재난지원금 기부운동은 재난지원금과 관련된 도덕적 해이를 억제하는 조치와는 달리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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