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아주 오랜 옛날, 후예라고 하는 활의 명사수가 있었다. 어느 날 하늘에는 매일 한 개의 태양이 떠야 하는데 갑자기 열 개의 태양이 뜨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곡식과 초목이 타죽고 백성들은 식량이 없어 굶어 죽을 형편이었다. 이때 후예가 활로 아홉 개의 태양을 쏘아 떨어뜨려 지금처럼 한 개의 태양만 남았다고 한다. 그러니 그 솜씨가 가히 인류 최고반열이었던 것이다.

이런 후예의 명성을 듣고 하루는 봉몽(逢蒙)이라는 자가 찾아와 제자가 되기를 청하였다. 그러자 후예가 말했다.

“궁술을 배우기 전에 우선 눈을 깜박이지 않는 것부터 연습하고 오너라.”

그 말에 봉몽은 베틀 아래 누워 아무리 발판을 빨리 밟아도 눈을 끔쩍하지 않는 법을 익혔다. 그리고 다시 찾아와 제자가 되기를 청하였다. 그러자 후예가 말했다.

“아직 이르다. 조그만 물체가 큰 것으로 보이는 연습을 하고 오너라.”

봉몽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 가느다란 실로 이 한 마리를 묶어 창문 아래 매달아 놓았다. 그리고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며칠이 지나자 이가 점점 크게 보였다. 나중에는 수레바퀴만큼 크게 보였다. 그러자 비로소 후예의 제자가 될 수 있었다.

후예로부터 하늘의 신궁법을 배운 봉몽은 나날이 실력이 늘어갔다. 후예 또한 이렇게 재주가 뛰어난 제자를 둔 것이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봉몽은 실력이 늘자 마음이 사악해졌다. 자신보다 뛰어난 스승이 있다는 것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하루는 봉몽이 후예에게 궁술 시합을 청하였다. 마침 기러기들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봉몽이 먼저 세 발을 연달아 쏘자 앞에 가던 기러기 세 마리가 땅에 떨어졌다. 그러자 놀란 기러기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때 후예가 활을 세 번 당겼다. 기러기 세 마리가 떨어졌는데 화살이 모두 머리에 명중하였다. 봉몽은 그 순간 도무지 스승을 이길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스승에 대한 증오는 더욱 커졌다.

하루는 후예가 집으로 가는 길었다. 그런데 봉몽이 나무 뒤에 숨어서 스승을 향해 활을 당겼다. 후예는 곧바로 날아오는 화살을 향해 활을 당겼다. 후예가 쏜 화살은 날아오는 화살을 맞히고는 땅에 떨어졌다. 그러자 봉몽은 크게 억울해했다.

“아, 스승만 없다면 내가 천하제일의 궁사가 아니던가. 그러니 내 반드시 스승을 없애고 말 것이다.”

어느 날, 후예는 봉몽을 데리고 사냥에 나섰다. 그날 많은 짐승을 잡았다. 봉몽이 사냥감을 거두어들일 때, 후예는 너무 피곤하여 나무 그늘 아래 누워 잠이 들었다. 누군가 다가오는 느낌에 눈을 떴는데, 그 순간 봉몽이 몽둥이를 들어 후예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후예는 활과 화살을 떨어뜨리며 이내 숨을 거두었다. 이렇게 하여 봉몽은 천하제일의 궁사가 되었다. 이는 ‘중국신화’에 있는 이야기이다.

망은배의(忘恩背義)란 천생이 못된 자는 쉽게 은혜를 잊고 의리를 배신한다는 뜻이다. 그런 자가 권력을 갖게 되면 나라는 재앙을 겪고 백성은 고통 속에 살아가게 된다. 요즘 서초동 주점에서는 검찰총장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린다. 누구나 한 목소리이다. 악한 자는 아무리 의로운 척을 해도 그 본성을 숨길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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