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라 청주시립도서관 사서]작년,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공부했던 나는 몇 개의 키워드를 아직 기억한다. 그것은 바로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사진결혼’이었다. 이전부터 하와이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1903년부터 이주를 해 사탕수수 농장에서 노동했다는 것은 얼핏 알고 있었다. 작년의 나는 점수 올리기에만 급급했었고, ‘그 당시에 하와이에 갈 수도 있었구나’라는 막연한 생각과 함께 한 해를 넘겼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지금의 생각은 180도 바뀌었다. 이처럼 내 생각을 완전히 바꿔준 소설책을 소개해본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따스한 손길로 우리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이 시대 선한 이야기꾼 이금이 작가의 신작 장편 소설이다. ‘2020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한국 후보’로 지명이 되어서 어느 때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조선 여성이 사진만 교환하고 혼인했던 풍습인 사진결혼을 택하여 사진 한 장에 평생의 운명을 걸고 하와이로 떠난 열여덟 살 주인공 버들과 친구들의 삶을 그렸다. 일제 강점기 시대의 하와이라는 신선하고 새로운 공간을 배경으로, 이민 1세대 재외동포와 혼인을 올리고 생활을 꾸려 가는 강인하고 개성 강한 여성들의 특별한 이야기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아름다운 거리를 유지하며 보듬어 주는 친구이자 엄마가 되어 주는 세 여성 주인공 버들, 홍주, 송화는 시대를 앞서간 새로운 가족, 여성 공동체의 면모를 아름답게 펼쳐 보인다. 또한, 하와이 한인 사회 내 독립단의 분열, 여성들의 독립운동 등 100여 년 전 일제 강점기 시대의 하와이에 대해 생생하고, 세밀한 묘사들이 영화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하와이의 한자어는 ‘포와’라고 표기되며, 현재의 하와이는 ‘지상낙원’이라는 표현으로 일컬어진다. 하지만 그 시절의 포와는 과연 어떤 곳이었을까? 일제 강점기의 포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노예 생활과 다름없는 가혹한 노동을 하며 힘든 삶을 버텨낸 곳이다. 한편으로는 조국 독립에 대한 열망과 간절함이 가득했었다. 소설에서처럼 여성들이 주체가 되어서 목소리를 내며 독립운동을 하기도 했다. 승리자 중심으로, 남성의 시각으로 쓰인 주류 역사에서 비켜나 있던 하와이 이민 1세대 여성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뜻깊은 발견이었다. 교과서에도 공들여 소개되지 않은 역사의 한 페이지였다. 숨은 역사 속 가족, 여성, 엄마란 무엇인지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소설의 마지막에는 생각지도 못한 반전으로 제목에 대해 완전한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은 뒤, 환상으로 가득했던 하와이에 우리 조상들이 이룬 과거의 이면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중에 하와이로 여행을 가게 된다면 단순히 하와이의 햇살과 파도만을 즐기는 것이 아닌 가슴 속 깊은 울림과 연대를 갖고 하와이를 맞이하게 될 것 같다. 그러면 이 책의 주인공 버들이 처음 하와이에 도착했을 때, 환대를 의미하는 꽃목걸이 ‘레이’를 신랑이 걸어줘서 행복했던 것처럼 소설 속 주인공들이 나에게 레이를 걸어주며 환대를 해줄 것만 같은 행복한 상상을 하게 된다.

답답한 일상 속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요즘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읽으며 그 시절 포와로 여행을 떠나보길 바라며 이 책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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