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흥구의 세상 엿보기]둥지
[강흥구의 세상 엿보기]둥지
  • 충청매일
  • 승인 2020.04.2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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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충청매일] 언제부터 짓기 시작했는지 철 파이프 자르는 소리가 요란하다. 참새 두 마리가 전깃줄에 앉아 내려다보며 조잘거린다. 우리 부부와 꼭 닮은 듯하다. 주춧돌을 놓고 그 위에 기둥을 세워 짓는 방식이 아니다. 쇠 파이프와 조립식 패널을 이용한 방식으로 짓는다. 그래서 새가 집을 짓는 시간보다 빠르게 완공한다. 구경하고 있던 새들이 어디론가 날아갔다 다시 날아와 구경하며 무언가를 논하는 듯하다. 아마 새로 태어날 새끼들을 위한 집을 지어보려고 관찰하고 있나보다.

집짓기는 터를 잘 잡아야 한다. 첫째로 전자파와 수맥이 지나가지 않은 곳에 지어야 한다고 한다. 집은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안식처다. 잠을 자고나면 피로가 풀리고 몸이 개운해야 된다. 둘째로는 남향집이어야 한다. 햇볕이 잘 들어 따스하고 밝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집터의 조건은 많이 요구되지만 이 두 가지만 갖추면 일단은 좋은 집터라 볼 수 있겠다.

우리들은 살면서 집 한 채 장만하려고 평생을 다 바친다. 그렇게 장만하기 어려운 것이 집이다. 집을 지으려면 땅을 구입해야 하고, 많은 돈을 들여야 집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거의 아파트로 지어 공급하지만 높은 분양가로 인해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 모자라는 돈을 전부 은행대출로 대체하는데 평생을 상환하여야 한다.

어렵게 마련한 집이다.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불리는 이름이 다르다. 사람이 사는 곳은 집이다. 소가 살면 외양간, 말이 살면 마구간, 새가 살면 둥지라 부른다. 이렇게 같은 공간인데 표현은 다르다. 사는 장소도 제각각이다. 내가 살기 적당하고 활동하기 편리한 곳을 찾아 짓고 산다. 적으로 부터의 공격을 피해 높은 나무 위에 짓기도 하고, 땅속 동굴 등에 마련하기도 한다.

집을 짓는 재료도 제각각이다. 사람은 백년 앞을 내다보고 콘크리트와 벽돌 등을 이용해 오래 사용할 수 있게 짓는다. 새는 나뭇가지와 마른풀을 이용하고, 제비는 논의 진흙을 뭉쳐 집을 짓는다. 개, 소, 돼지, 닭 등은 사람이 대신 지어주고 오소리 너구리는 땅속에 굴을 파서 집으로 사용한다. 애벌레들은 실을 뽑아 집을 짓고 액체를 토해내어 짓는 것들도 있다. 각자의 방식대로 자기에게 편리한대로 생각하고 구상하여 짓고 산다.

집은 삶이다. 집에서 태어나 자란다. 집안 내력과 상관없이 누구나 집을 짓고 집에서 생활한다. 잘살고 못살고와는 별개로 집은 안식처요, 삶의 터전인 것이다. 새나 짐승들은 살다가 버리고 다른 장소에 다시 짓고 산다. 그러나 우리들은 집을 사고판다. 인생의 전체가 걸려있는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집으로 성공여부를 가름하기도 한다. 크고 좋은 집 살면 성공했고 단칸방 새 들어 살면 인생 헛살았다 평가 받는다. 그래서 많은 빚에 쪼들리면서도 보다 크고 좋은 집을 사려고 노력한다.

집은 그냥 집이어야 한다. 집으로 인해 힘들게 산다면 결코 성공한 인생이라 볼 수 없을 것이다. 며칠 새에 집의 형체가 나타났다. ‘아기돼지 삼형제’가 떠올랐다. 바람에 날아가는 집이 아닌 튼튼한 벽돌로 지은 집이었으면 좋을 듯하다.

새들도 내 마음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 날아갔다. 바람에도 견뎌내는 탄탄한 집을 지으러 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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