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충청매일] 나무 한그루가 있었다. 나무에게는 사랑하는 소년이 있었다. 놀이터도 돼주고 쉼터도 돼주었다. 물건 살돈이 필요하면 사과를 따서 팔았다. 가지를 베어서 집을 지었고, 줄기를 베어 배를 만들어서 떠났다. 세월이 지나 소년이 돌아오자 쉴 수 있게 밑동을 내주었다. 나무는 “더 줄게 있으면 좋겠는데…. 밑동 밖에 안 남았어. 미안해”라고 말했다. 그래도 나무는 행복했다. 쉘 실버스타인의 명작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이야기다.

지구라는 별이 있었다. 지구가 만들어 준 최적의 환경에서 사람이 살았다. 지구는 사람에게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삶터와 먹을거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하천에 오·폐수가 흘렀고 대기는 오염물질과 미세먼지가 뒤덮었다. 토양은 농약과 비료로 오염되고 바다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 찼다. 나무와 달리 지구는 냉정하게 응답했다. 환경오염은 지구온난화와 기후붕괴로 이어졌다. 생존의 위기에 직면한 것은 인류였지 지구가 아니었다.

코로나19 사태가 팬데믹으로 치닫기 직전 가장 심각했던 글로벌 이슈는 호주 산불이었다. 50도에 이르는 폭염, 가뭄과 강풍이라는 기상이변이 겹쳐 산불은 5개월간 지속되었다. 10억 마리의 야생동물이 희생되고 4억t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었을 것이라 추정되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상이변이 발생하고 그로인해 온실가스가 증가하고 기후변화도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IPCC의 5차 기후변화보고서는 지구의 평균온도가 1900년 이후 0.87도 가량 증가했으며 2100년에는 평균 3.7도 가량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에 대한 인류의 대응책이 바로 신기후체제이다. 2015년 파리협정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적 합의가 이뤄졌다. ‘지구 평균온도를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가급적 1.5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것을 목표를 설정하고, 195개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자발적 기여방안을 제출하였다. 문제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9년 유엔환경계획(UNEP)의 보고서는 따르면 3.2도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연구기관들이 발표한 최근 기후모델 연구결과에서도 4.9~5.6도 가량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극지방의 영구동토층이 융해되고 있으며 메탄가스 배출이 시작되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구촌 시민들이 그레타 툰베리의 외침에 호응하고 기후비상행동에 동참하고 있는 이유이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이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 전망한다. 잠시 중단된 문명의 틈새로 회복되고 있는 맑은 환경의 모습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4월 22일은 50번째로 맞는 지구의 날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념행사와 실천활동조차 중단, 축소 또는 변경해 추진할 수 밖에 없다. 충북도교육청의 초록학교만들기 사업에 참여하는 61개 학교들은 각 학교에서 약식 실천협약식을 갖고 실천활동에 돌입했다. 청주새활용시민센터는 자원순환 시민실천을 위한 비대면 홍보교육활동을 시작한다. 지구는 결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아니다. 지구와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가 될 것인지, 지구로 부터 제척당할 바이러스 같은 존재가 될 것인지 선택은 인류의 몫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세상은 지속가능성을 최우선적 가치로 여기는 세상이 돼야 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