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충청매일] 4·15 국회의원 총선거의 득표율을 따져보면 더불어민주당이 49.9%, 미래통합당이 41.5%로 편차가 그리 크지 않다.

그럼에도 비례정당까지 포함해 더불어민주당은 180석을 얻은 반면 미래통합당은 103석에 그쳐 야당의 참패로 끝난 배경은 무엇일까.

이는 유권자들이 오만(傲慢)보다 불민(不敏)을 용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를 비롯한 일부 청와대 참모진의 권력형 비리 의혹, 소득주도 성장 정책 실패에 따른 경기 위축, 코로나19 사태 등 총선 정국은 결코 여당에 유리하지만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당이 압승한 것은 정부 여당의 오만과 독선보다는 대책없이 큰 목소리만 낸 야당의 무능과 어리석음 때문이다. 통합당은 기본적인 선거 전략과 전술에서부터 패배를 자초했다.

소위 ‘4+1’로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도입돼 수적 열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나름 묘수로 내놓은 카드가 비례위성정당이었다면, 전략적 보안을 통해 위장된 허점으로 노출해 여당이 대응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을 주지 않았어야 했다.

중국 병법서인 삼심육계(三十六計)에 나오는 승전계(勝戰計) 중 만천과해(瞞天過海·하늘을 속이고 바다는 건넌다는 뜻으로, 전력이 약할 경우 상대의 심리적 맹점을 교묘히 이용해 이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 병전계(幷戰計) 중 가치부전(假痴不癲·자신의 어리숙함을 가장해 상대방을 안심시킨 후 얻고자 하는 것을 얻음)만 읽었어도 그처럼 어리석은 전술은 나오지 않았을 터.

코로나19 사태 과정에서도 방역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것 외에, 재난긴급생활비 문제도 정부와 여당보다 앞서 국민적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았어야 했다. 처음엔 ‘세금 퍼주기’니 ‘매표 행위’니 반대하다가 여론이 불리해지자 전 국민 지급으로 돌아선 것은 전술적 오류다.

침체된 경제는 현 정권의 무능 탓이라며 공격하면서도 정작 경제난 타개를 위한 현실적 대안을 내놓지 못해 대안 정당으로서 입지를 견고히 하지 못한 것도 한 요인이다. 특히 유권자들의 정치적 성향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해 이른바 ‘숨은 보수’들이 결집되면 선거결과의 큰 변화가 있을 것이란 오판은 패배의 가장 치명적인 원인이었다.

보수층에서조차 통합당의 행태에 비판적인 여론이 팽배하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채, 맹목적적인 지지를 요구하는 것이야말로 스스로 불민하다는 점을 인정한 꼴이다. 국민적 정치적 성향을 구분할 때 진보적 성향은 40∼50% 정도, 보수적 성향은 30∼40%로 진보적 성향이 우세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소위 중도층도 면밀히 따져보면 진보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야당이 주창한 보수세력 통합만으론 당초부터 패배한 싸움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지지층에서조차 통합당의 혁신과 탈태를 주문하고 있음에도, 주관적 만족에만 부합된 형식적 개혁에 취해 지지세력의 ‘미워도 다시 한 번’을 승기로 이어가지 못했다는 점을 통렬히 자성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선거판세의 변화와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치적 이슈도, 전략적 묘수도, 대중적 감동도 내놓지 못했으며 심지어 동정표를 얻어낼 수 있는 측은지심마저도 이끌어내지 못한 불민의 패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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