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입만 가지고 사는 대표적 직업으로 교수와 정치인을 들 수 있다. 이 두 집단은 말과 관련하여 일종의 특권을 가지고 있다. 교수는 강의실에서,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 의원은 국회나 의사당에서 어떠한 이야기를 하던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이를 특권으로 생각하는 교수나 정치인은 강의실이나 의사당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대로 하곤 한다.

두 집단의 말은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자기 주관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둘 다 그 주관적 이야기를 보편타당한 것처럼 말한다. 두 번째는 교수나 정치인은 자기가 이야기 한 것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다. 자기가 잘못 이야기하여 문제가 발생하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들이 책임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아니 사회도 그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최근 들어 강의실에서의 교수의 말과 의사당에서 정치인의 말이 특권이 되어서는 안 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특히 성희롱이나 성적 비하의 발언을 잘못하게 되면 옷을 벗어야 하고, 친일 친북 발언은 다른 의견을 가진 학생이나 다른 의원들의 집단 반발을 감수하여야 한다. 이들의 막말과 망언은 다른 공인보다 더 사회적 관심을 가져와서 논란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세상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특권만 세고 있는 교수나 정치인들의 막말과 망언이 끊일 줄 모르고 있다. 말이 발단되는 대학교수의 성희롱 문제는 매월 뉴스를 차지하고, 정치인의 막말은 표를 얻기 위한 교언영색(巧言令色)만큼이나 많다.

선거기간에 한마디 말은 종종 당락을 가름한다. 그것을 알만도 한 총선 후보자들이 하루가 멀다고 구설에 오르고 있다. 막말로 제명되고, 탈당 권유를 받아도 할 말은 한다는 식이다. 그 내면에는 정치인의 말에는 특권이 있다는 잘못된 잠재의식이 깔린 듯하다.

말로 먹고사는 사람에게 “귀가 둘이고 입이 하나인 것은 많이 듣고 적게 말하기 위한 것이다.”라는 교훈을 지키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노자가 말하는 “말을 소중하게 여기고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만큼은 새기도록 하고 싶다.

정치인의 막말이나 망언만큼 비난받아야 할 말이 거짓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선거나 정치에서는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을 제시하여도 누구 한사람 후보를 질책하는 사람이 없다. 그것은 정치인은 책임지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근저에 깔렸기 때문이다.

막말이나 망언보다 더 비난을 받아야 할 것이 말과 행동이 다른 경우이다. 거짓말이 말로 끝나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말과 다른 행동을 보여주게 되면 그것에 의하여 손해를 보거나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이번 총선에서 막말과 망언하는 사람, 거짓말하는 사람,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을 골라내야 하는 데, 항상 가면을 쓰고 나타나는 말의 참모습을 보기 어렵다. 특히 정치인의 말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들려주기보다는 감추는 데 목적이 있으니 더욱 혼란스러울 뿐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