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453년 춘추시대 말기, 대륙 중원을 호령하던 진(晉)나라는 날로 쇠약해졌다. 이때는 부유한 여섯 가문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었다. 즉 범씨, 중행씨, 지씨(智氏), 한씨(韓氏), 위씨(魏氏), 조씨(趙氏)가 그들이었다. 그런데 얼마 후 네 가문이 연합하여 범씨와 중행씨를 몰아내고 그 땅과 재산을 나누어 가졌다. 이제 진나라는 지씨, 한씨, 위씨, 조씨만 남았는데, 그 중에서도 지씨의 지백요가 가장 세력이 강성하여 왕을 대신하여 나라를 다스렸다.

하루는 지백요가 세 가문의 대부들을 불러 연회를 베풀며 말했다.

“이전 문공(文公) 시절에 우리 진나라는 중원의 절대 강자였소. 그런데 그 지위를 오나라와 월나라에 빼앗기고 말았소. 그래서 우리 진나라의 위엄을 다시 세울까 하오. 그러니 각자 땅 1백 리와 1만 호의 인구를 나라에 바치도록 합시다.”

이는 지백요가 세 가문의 땅을 모두 차지하려는 속셈이었다. 이에 지백요를 두려워하던 한강자가 바로 동의하였다. 이어 위환자 또한 동의하였다. 그런데 조양자는 동의하지 않고 바로 반대를 표했다.

“우리 가문이 살고 있는 땅은 모두 조상님들이 물려준 유산이오. 그것을 나라에 바치라니 나는 그렇게는 못하겠소.”

하고는 소매를 뿌리치며 돌아갔다. 그러자 지백요가 한씨 위씨와 연합하여 조씨를 공격했다. 싸움은 2년 동안 계속되었고 차츰 조씨가 불리해졌다. 그러자 조양자가 참모 장맹을 불러 대책을 논의했다.

“성 안에 민심이 동요할까 걱정이다.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이에 장맹이 대답했다.

“저들이 우리 성을 공격한다면 우리는 이제 저들의 마음을 공격해야 합니다. 한씨와 위씨가 지금 지백요를 따르고 있지만 속으로는 원치 않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많은 인력과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데 어찌 원한이 없겠습니까. 그러니 사람을 보내서 그들과 합세해 지백요를 친다면 도리어 우리가 이길 것입니다.”

조양자가 즉시 장맹을 한씨와 위씨 진영으로 보냈다. 그러자 두 가문이 조씨의 제안을 바로 받아들였다.

“지백요는 다른 가문을 업신여기고 자신만을 높다고 내세우니 도무지 참을 수가 없다. 이틈에 우리가 협력하여 그를 몰아냅시다!”

다음날 밤, 지백요가 잠을 자는데 갑자기 요란한 물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나가보니 온통 물 천지였다. 군사들은 아우성을 치며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그 순간 세 가문의 연합 군대가 쳐들어왔다. 지백요는 미처 손쓸 새도 없이 창칼에 찔려 죽고 말았다. 세 가문이 지씨의 땅을 나누어 갖고 각자의 나라를 세웠다. 이때부터 한나라, 위나라, 조나라로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나중에 진시황제에 의해 모두 멸망하고 말았다. 이는 ‘전국책’에 있는 이야기이다.

삼가분진(三家分晉)이란 옛날 강대국 진나라가 세 가문으로 나뉘어져 결국 모두 망했다는 뜻이다. 아무리 강한 것도 나누어지면 결국 약해지기 마련이다. 다가오는 선거가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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