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충청매일] “내가 호구로 보이십니까? 나는 장사꾼입니다.”

최근 종영된 TV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주인공인 박새로이가 복수의 대상임에도 자신을 찾아와 도움을 청한 장대희의 뻔뻔함에 던진 통쾌한 일갈이다.

요즘 한국 정치판을 보노라면 정치인들은 온 데 간 데없이 ‘장사꾼’들만 버글거리는 듯하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의로운 정치보다는,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만을 좇는 탐욕스러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유례없는 ‘4+1’이라는 정략적 결합을 통해 용어조차 생소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했고, 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그에 맞서 초유의 비례정당으로 맞서는 기형 정치를 탄생시켰다.

여당은 야당의 비례정당 창당에 온갖 비난과 비판을 쏟아 붓더니 의석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자 결국 자신들도 비례정당을 만드는 장사치의 행태를 드러냈다. 이러한 거대 양당의 비례정당 창당과 비례대표 후보 선출 과정은 웃기지도 않은 코미디다.

미래통합당은 소위 ‘자매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대표이던 한선교 의원이 통합당의 ‘암묵적 지시’를 무시한 채 독자적으로 후보를 선출하자 당 대표와 공천관리위원회를 무력화시킨 뒤 원유철 의원을 새로운 당 대표로 내세워 끝내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킬 태세다.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당초 시민사회단체 원로 등으로 구성된 정치개혁연합을 중심으로 정의당과 민생당 등과 연합비례정당을 추진하는 척하더니, 돌연 얼굴을 싹 바꿔 이른바 ‘친문·친조국’ 중심세력인 자칭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와 손을 잡고선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기본소득당, 가자!평화인권당, 시대전환 등 자신들의 힘으론 의석을 얻을 수 없는 열악한 지지기반의 정당들을 참여시켜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했다.

그 수는 뻔하다. 시민사회단체 원로들이나 정의당 등 비교적 영향력이 있는 인사들이 참여할 경우 자신들의 계산대로 움직여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군소정당들을 참여시켜 조종하겠다는 심산이다.더불어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탈락했거나, 문재인 정부에서 ‘호위무사’를 자처하던 인사들로 구성된 열린민주당 역시 더불어민주당의 위성 정당이나 마찬가지다.

겉으론 열린민주당은 자신들과 아무런 연관없는 정당이라고 말하지만, 열린민주당 참여자들이 “더불어민주당과 ‘형제정당’이며, 총선까지만 ‘전략적 이별’을 하는 것”이라는 말 속에 두 당의 정략적 관계를 가늠하기 충분하다.

두 비례정당을 통해 최대한 많은 의석수를 확보한 뒤 훗날 자연스럽게 통합하면 된다는 정치적 셈법이다.이러한 정치권의 행태는 비례대표제도의 본질적 취지와 목적을 내던진 채 오직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에만 치중하는 파렴치한 장사치들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이러한 정치권의 행태는 정의를 근간으로 하는 정치의 본질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은 물론 국가와 국민의 평안과 안정 또한 거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직 자신들과 뜻을 같이하는 떼거리를 모아 ‘독과점 정치’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뒤 영유(永有)하겠다는 그들 앞에 국민의 실망과 분노와 절망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음을 그들만 모르는 모양이다. 이익에만 눈이 먼 장사꾼들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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