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정치의 계절이지만 코로나19로 정치가 숨어 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고, 후보자등록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민들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다. 선거는 정치의 꽃이고 민주주의의 가장 대표적인 축제이다. 축제 준비가 항상 중요한 뉴스거리가 되지만, 이번은 그러하지 못하다. 뉴스의 한 면으로 현직 의원의 컷오프 소식이 들리고, 정당 공천에 잡음이 들리고, 공천받지 못한 의원들이 새롭게 당을 만들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지만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린다.

정치는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하나는 목적으로의 의미로 정치는 나라를 다스리는 것으로 국민들이 자유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정치의 핵심 요소인 권력을 획득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권력 획득은 정치의 수단이다. 목적으로 정치는 당위론적이고 규범적인 속성을 가지나, 수단으로 정치에서는 마키아벨리식의 정상배 무리를 탄생시켜서 항상 국민들에게 실망을 가져다준다.

지금 4·15 선거를 앞둔 각 정당의 준비활동을 보면 목적으로 정치에 필요한 정책은 없고, 다수당이 되기 위한 술책만 난무하고 있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만든 연동제 비례대표제는 다수당의 횡포로 다른 길을 달리고 있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부르짖으면서 전략공천이란 명분으로 지역 정치인이 설 자리가 없어졌다. 유리 천장을 뚫는 여성공천은 없고, 세대교체를 이야기하면서 기득세력은 그대로 있다. 언제나처럼 이번 선거에서도 선거의 목적은 사라지고 사악한 관습인 의원직을 차지하려는 수단만이 존재한다.

선거에서 이기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행운이라고 한다. 그 사람의 능력이나 인기는 수많은 요인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다. 과거 선거를 보면 미투 한방으로 날아가고, 가족사로 몰락하고, 한 마디 잘못된 말로 달았던 배지를 떼어버렸다. 이번 선거에서 선량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 행운에 더욱 긴장하여야 할 것이다. 코로나 19와 같은 혼란 시기에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불확실성은 종종 운명처럼 다가와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버나드 쇼는 “선거는 도덕적으로 참혹한 일이며 피만 흘리지 않았지 전쟁처럼 사악한 것이다. 선거에 관여하는 자는 누구나 진흙탕에서 뒹구는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 여기에 유권자가 선거는 모두 그렇고 그런 것이고, 정치란 정상배들의 권력 싸움으로 생각한다면 선거판은 더 혼란스럽게 된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운을 바라고 출마한 사람을 지지한다면 선거가 추구하는 목적으로 정치는 사라지고 20대 국회의 재판을 만들어 국가가 관리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천둥 칠 때 도둑은 정직해진다고 한다. 선거가 끝나는 날 유권자의 표를 도둑질한 후보자가 당선되지 않게 하려면 코로나19로 여유가 없다 하더라도 우리 유권자 모두가 깨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선거가 정치판에 천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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