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북미 알라스카의 순록은 먹이를 찾아 1년에 한 번씩 대이동을 한다. 이때 늑대들이 먹이사냥을 위해 순록을 따라 나선다. 늑대는 낮에는 쉬고 주로 밤에 순록을 공격한다. 하지만 순록은 달리기를 잘해 늑대의 공격을 받더라도 쉽게 도망간다. 늑대는 다리가 짧지만 순록은 다리가 길어 성큼성큼 달아나기 때문이다. 더구나 순록은 뿔을 가지고 있어 무리가 원형 대열을 이루면 늑대들이 접근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늑대에게는 한 가지 장점이 있다. 바로 오래 달리기이다. 발 빠른 순록을 따라 잡을 수는 없으나 늑대는 릴레이식으로 돌아가면서 쫓는 방법을 안다. 그러면 아무리 달리기를 잘하는 순록이라 해도 지치지 않을 수 없다. 끈질긴 추격전에 순록은 지쳐 결국 혀를 내밀어 헉헉 숨을 몰아쉰다. 그 순간을 늑대가 놓치지 않는다. 있는 힘을 다해 달려 순록의 앞으로 나아가 혀를 물어뜯는다. 그리고는 더 이상 공격하지 않는다. 혀를 물어뜯긴 순록은 피를 쏟으며 숨을 거두기 때문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에서는 적을 이기는 근본은 적이 모르는 아군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 하였다. 그것을 ‘무형의 무기’라고 부른다. 그러면 허실의 전략은 어떻게 배우는가? 아군의 진격을 적이 막을 수 없는 것은 적의 빈 곳을 공격하기 때문이다. 아군이 후퇴해도 적이 추격할 수 없는 것은 신속하게 후퇴하여 적이 따라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적이 비록 보루를 높이 쌓고 도랑을 깊이 파놓았다고 하더라도 아군과 싸우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적이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을 아군이 공격하기 때문이다. 반면 아군은 싸우고 싶지 않으면 비록 땅에 금만 그어도 적을 지킬 수 있는데 이는 적이 아군과 싸우지 않도록 적의 계획을 어긋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가장 먼저 의병을 일으킨 사람은 곽재우였다. 적이 쳐들어오고 불과 10일 만에 거병을 하였다. 당시 곽재우 부대의 인원은 60명 정도였다, 그야말로 소규모 유격전밖에 할 수 없는 숫자였다. 그러나 곽재우 부대는 싸우면 싸울수록 전설로 거듭났다. 왜군을 만나면 반드시 이기는 부대로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이기는 부대에는 사람이 몰리는 법이다. 각지에서 의병 지원군이 몰려들어 곽재우 부대는 금방 3천 명으로 불어났다.

이때 곽재우는 홍의(紅衣)장군이라 불렀다. 붉은 옷을 입은 곽재우가 나타나면 왜군은 싸우기보다 도망가기에 바빴다. 이를 알아차린 곽재우는 새로운 전략을 구사했다. 자신과 용모와 체구가 비슷한 부하 10여 명에게 자신과 똑같은 홍의를 입혀 왜군과 싸우는 곳에 출현시켜 적을 혼란시키는 전술이었다. 이 신출귀몰한 작전에 왜군은 연속 패해 곽재우가 도술을 부린다고 여겼다. 그러니 감히 곽재우 의병들과는 싸우려 들지 않았다. 

 허허실실(虛虛實實)이란 적의 단점을 찌르고 적의 장점을 피해 싸우는 계략이다. 적의 강한 곳을 피하고 약한 곳을 공격하려면 우선 적의 실체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알아야만 한다. 인생싸움에서 곤경에 처한 사람이라면 한번 곱씹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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