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충청매일] 3월 1일, 이용섭 광주시장은 ‘특별담화문’을 통해 나눔과 연대의 광주정신으로 코로나19로 고통을 겪고 있는 대구시 확진자들을 격리 치료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신규 확진자수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을 무렵이다. ‘1980년 5월, 고립되었던 광주가 외롭지 않았던 것은 뜻을 함께 해준 수많은 연대의 손길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광주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광주시가 대구 확진자를 받겠다고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결단이었지만… 시대적 소명과 책임에 대해 심사숙고한 끝에 이 길이 광주가 가야할 길이고, 광주다움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3·1운동 101주년 기념 행사로 손색없는 참으로 광주다운 기자회견이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70일 지났다. 3월 11일 현재, 감염국가는 총 113개국, 확진자는 11만9천명, 사망자는 4천200명이 넘었다. 크루즈선 집단감염사태를 촉발했던 일본은 확진자가 1천200명을 넘었다. 하지만 검사가 매우 소극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아베 정부가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급격한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도 트럼프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는 확진자 7천755명, 사망자 61명으로 집계되었다. 수습 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초기와는 달리, 31번 확진자 발생 후 상황은 급변했다.

신천지 교인들을 매개로 한 대구·경북지역의 감염이 일파만파 확산되었고 1주 만에 중국 외 최다 감염국으로 부각되었다.

사상 초유의 감염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사상 초유의 전면 대응을 펼쳤다. 보건당국과 의료진의 헌신, 첨단기술(진단키트)과 혁신적 아이디어(드라이브 스루), 사회적 협력에 기반한 총체적 대응이었다. 가급적 빨리 감염자를 찾아, 확산을 차단하고 치료도 제대로 하는 것이다.

대대적인 진단검사와 함께 치밀한 역학조사, 투명한 정보제공, 적확한 격리·치료를 병행하였다. 그 결과 3주 만에 신규 확진자수가 현저히 줄었고, 치명률은 0.8%로 최저 수준을 유지하였다. 결코 낙관할 상황은 아니지만 큰불은 잡았다는 평이다. 동시에 모임과 행사가 중단됐다. 개학도 연기, 종교 활동은 온라인으로 대체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잠시 멈춤 등 국민적 캠페인도 전개되었다. 멈춰진 시간과 벌려진 공간 사이에는 공백이 생겼다. 착한 건물주, 기부 행렬, 마스크 안사기, 면마스크 만들기와 같은 새로운 것들이 나타났다. 선한 영향력들이 그 공백을 채우기 시작했다. 세계는 지금 한국의 대응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다움이란 무엇일까? 은근과 끈기의 민족이라 표현해 왔다. ‘열정’, ‘어메이징(amazing)’을 상징적 키워드로 꼽기도 한다. 세월호 참사와 코로나19 사태 사이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촛불을 통해 ‘국가적 위기를 바로 잡는 집단적 역량’을 획득한 게 아닐까? 코로나19로 생겨난 공백을 저마다의 한국다움으로 채워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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