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예총 부회장

[충청매일] 1347년 10월 12척의 제노아 상선이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메시나항에 도착한다. 일명 흑해에서 출발한 ‘죽음의 배’라고 불린다. 선원들 중 8할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고, 생존자들도 대부분 온 몸이 고름으로 가득하고, 피부는 검게 변해 있었다. 중앙아시아에서 발병한 흑사병에 때문이다. 선원들은 하선도 못했지만, 부두에 연결된 밧줄을 통하여 쥐들이 육지로 상륙함으로써, ‘쥐벼룩’이 전 유럽을 ‘흑사병’으로 강타했다. 이로 말미암아 유럽인구의 절반인 2천400만의 생명을 앗아갔다고 한다.

일본이나 미국에서 이집트의 크르즈선까지도! 이탈리아에선 어제 하루만도 1천200명이나! 유럽과 대륙에서도 ‘코로나19’ 감염이 확산일로에 있다고 한다. 지구촌 전체가 초비상 사태로 치닫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얼어붙은 대구에, 의료진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을 돕고자 전국에서 치료를 돕기 위해 의료봉사에 지원한 의료진이 500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 정치인 안철수 대표 부부가 참여함으로써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그가 서울대 의대출신 의사로서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컴퓨터의사’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의 아내도 의과대학 학생 때 ‘가톨릭 학생회’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하면서 만나게 되었다는 것도 이번에야 알게 되었다. “방호복을 입고 하루 4시간 정도 일을 하게 되면 거의 녹초가 되기 때문에, 퇴근 후에는 병원과 가까운 모텔로 이동해서 일찍 잠을 청하게 된다”고 한다.

누리꾼들도 “안철수 정치인생 중 가장 잘한 일 같다”, “정치인의 솔선수범, 이게 맞다”, “이번을 계기로 다시 보게 됐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사람의 생각도 가지가지라더니! 이를 두고 “쇼다!”, “환자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라며 악성 루머도 나온다. 문득 ‘금강경’의 가르침이 떠오른다.

금강경의 핵심은 ‘보시’(이웃에게 베풀며 살아라!)이다. 보시에는 세 가지-재(財)보시, 법(法)보시, 무외(無畏)보시-가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성금이나, 의료용품 등을 돕는 것은 ‘재(財)보시’이고, “외출을 자제하라!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가지마라!”라며 안전수칙을 가르쳐 주는 것은 ‘법(法)보시’이겟고, 안철수 대표와 같이 의료봉사에 참여함으로써, 고통 받는 이웃에게 고통과 두려움을 덜어주는 것을 ‘무외(無畏)보시’라 하겠다.

금강경에서는 남에게 ‘보시’를 했지만, ‘대가(代價)’를 바라지도 말고, ‘생각’조차도 버려야 한다고 가르친다. 너는 그르고 나는 옳다는 생각도! 너는 못나고 나는 잘났다는 생각도! 나는 남에게 존경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즉 ‘나’를 앞세우고, 드러내려는 생각이 ‘아상(我相)’인데, 이것을 버려야 한다. 우리가 고통 받는 원인이 모두가 ‘아상’ 때문이라고 했다. ‘내가 누구를 돕고, 보시를 했다’는 아상을 버리고 보시하는 것을 ‘무주상 보시(無住相 布施)’라고 한다. 이렇게 하면 그 공덕은 한량이 없다고 한다. 즉 무루의 복(無漏의 福: 새지도 않는, 한량없는 복)’을 얻게 된다고 한다. ‘무주상 보시’는 금강경 실천의 핵심이 된다.

안철수 대표에게! 그리고 우리들 모두에게! ‘무주상 보시’와 일맥상통하는 숫다니파의 한 구절을 소개하겠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어떠한 칭찬이나 비방에도 흔들림 없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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