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충청매일] 형법의 발전은 ‘마녀사냥’과의 대결 및 반성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무죄 추정의 원칙, 엄격한 증거주의, 임의수사의 원칙 등 형법을 지배하는 근본 원칙은 정상적인 법체계를 갖춘 국가라면 의문의 여지없이 인정되는 기본중의 기본입니다. 누군가 ‘마녀’라고 고발을 하고, 이에 호응하는 일반 대중에 의해, 교수형을 당하던 역사에 대한 후회와 인류의 반격이 엄격한 형사재판의 기본원리로 발전해 나간 것입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보면서, 법무부장관이 특정종교단체에 대한 압수수색 지시의 근거가 무엇이냐는 국회의원의 질의에 “국민의 86%가 찬성한다”는 답변은 적어도 법률전문가가 수용하기에는 매우 곤란합니다. 코로나라는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는 질병이 만연하고 있고, 그 방역을 위해 필요한 수준의 강제수사의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헌법에는 분명 무죄추정의 원칙, 각종의 사생활의 자유 등이 보장돼 있고 더 나아가 형사소송법 등에 의해서 불구속 수사의 원칙, 임의수사의 원칙이 명문화 돼 있습니다. 단순히 범죄혐의가 의심이 된다고 잡아 가두거나, 함부로 그 주거지 등에서 압수수색을 허용한다면 이는 국가의 막강한 권력아래 국민의 인권은 침해될 것이고 이를 단순히 다수가 원한다는 이유에서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은 다름 아닌 마녀사냥식의 논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법무부장관의 위치는 법문에 따라 검찰을 지휘하는 최후의 보루로써 그 검찰권의 행사가 국민의 인권침해를 야기할 요소는 없는지 끝까지 감시하고 이를 절제하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분명, 조국 사태 등을 겪으면서 무분별한 압수수색에 대해서 비판하고 그에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를 요구한 부분은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라는 대의민주주의의 터전에서 국회의원의 질의에 공식적으로 압수수색의 근거와 관련해, 단순히 국민의 절대다수가 동의하는 것이므로 문제없다는 식의 답변은 매우 부적절해 보입니다. 그러한 답변은 자칫 법무부의 공식적인 의견이 국민이 원한다면 압수수색은 가능하다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고, 이는 인권침해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 일으키기 충분합니다. 다시 한 번, 필요하다면 특정종교집단에 대한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과연 현재 상황이 어떤 법위반의 여지가 있는지, 그 위반의 여지에 따라서 임의적인 자료제출의 요구가 불가능한 상황이며, 그에 따라 헌법 및 형사소송법에 따른 강제수사의 필요성을 적극 검토하도록 한 것이라는 답변이라면 충분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수가 원하니 문제가 없다는 답변은 추후 논란을 일으키기에 분명하고, 적어도 정치인이 아닌 법무부장관의 입장이라면 매우 부적절해 보입니다. 법은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헌법의 대원칙 및 그에 따른 법률에 근거해 중립적 관점에서 엄중히 집행돼야 합니다. 더군다나 그 법집행이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고, 인권 침해의 여지가 있다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꺼낸 화두인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는 일관되게 적용돼야 하는 것인데, 여론이 원한다면 해도 문제없다는 법무부장관의 답변은 현 정부의 태도와 모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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