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충청매일] 2월말이다. 이제 내일 모레면 3월이 시작된다. 어느새 봄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것이다. 이제 얼마 후면 온 누리에 가득할 봄기운이 손에 잡힐 듯 우리 앞에 다가올 것이다. 세상을 덮을 파릇파릇한 새싹과 울타리를 노랗게 덮으며 희망을 속삭일 개나리, 진달래, 살구꽃, 그리고 벚꽃 같은 봄꽃을 어서 빨리 마중하고 싶다. 그렇다. 지금은 봄을 코앞에 두고 한참 설레야할 때다. 그런데 봄을 맞이해서 한창 설레고 부풀어야 할 마음이 올해는 꼭 그렇지도 않다. 바로 코로나19로 불리는 전염병 때문이다.

수많은 질병을 극복하고 인류의 수명을 한껏 늘려온 현대의학도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감기라는 난적 앞에는 무척이나 힘들어하고 있는 것 같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인 사스 때도 그랬고,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 때도 우리는 많이 힘들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무려 70만명이 감염돼 263명이나 되는 사망자가 발생했던 신종플루가 닥쳐왔을 때도 우리는 공포와 불안에 떨어야했다. 그리고 중국 우한에서 발생하여 전 세계를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라 명명된 감기 역시 지금 우리를 몹시도 힘들게 하고 있다.

어제 저녁 처가 식구들과 함께 하는 단톡방에 들어가 보았다. 모두가 코로나19와 관련된 걱정들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난 신종플루 때 평소 지병이 있으셨던 필자의 장인이 끝내 이 병으로 돌아가셨던 아픔을 가진 가족들이니 그와 비슷한 전염병이 만연하니 그 걱정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필자는 처가 식구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직업도 다양하다. 시장을 돌며 고추 등 채소를 파는 일에 종사하는 장사꾼 부부도 있고, 미용실을 운영하는 처제도 있다. 그리고 간호사로 근무하는 처제와 떡집을 운영하는 부부도 있다. 그밖에도 군공무원, 상조회사 직원, 운전기사 등등의 일에 종사하는 동서며 처남이 있다. 그저 한 결 같이 평범한 보통사람들이다. 그리고 경기의 변화에 민감한 직업에 종사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들 처가식구들의 큰 걱정은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이고 이로 인해 파생되는 어려움들이었다. 전염병이 확산되면서 찾는 손님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이로 인해 경제적 손실이 무척이나 크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전염병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업에 종사하기 위해 다시 시장바닥에 좌판을 벌려야 하고, 불안하지만 손님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염병이 두렵지만 그 보다 더 두려운 것이 바로 생존 문제라는 것이었다. 처가 식구들은 모두가 절실하게 이 무서운 전염병이 하루빨리 종식돼 생업에 종사하기를 갈구하고 있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그래도 봄은 온다. 아리랑이가 아롱거리고 봄꽃이 천지에 가득할 것이다. 학교도 다시 문을 열 것이고, 사람들은 다시 시장으로 나가 물건을 사고 흥정을 할 것이다. 병을 이겨낼 것이라는 강한 의지와 끈질긴 노력을 하는 한 질병은 조속한 시일에 우리 곁에서 사라질 것이라 굳게 믿는다.

최일선에서 질병과 싸우는 의료진과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이긴다는 신념으로 병과 싸우는 환자들에게 용기와 힘을 내시라 응원한다. 공포와 불안 속에서도 생업을 위해 싸우는 평범한 이웃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봄은 반드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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