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충청매일] 입춘도 지나고 우수도 지났지만 세상은 다시 얼어붙어 버렸다.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위축시켜 버렸다. 숱한 모임과 행사가 취소되고 북적거리던 상가와 거리는 한산해졌다. 감염 차단을 위하여 정부는 공공기관 차량 2부제도, 일회용품 사용 규제도 당분간 유보한다고 밝혔다. 올해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청주새활용시민센터도 임시 휴관에 들어갔다.

‘밀집과 사육의 치명적인 대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투고했던 지난 1월 28일, 세계 12개국에서 4천576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106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중 중국 내 확진자가 4천515명, 사망자는 106명, 우한시를 중심으로 중국 전역으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우리나라 확진자는 4명에 불과했다. 한 달 후인 지금, 상황은 급변하였다. 2월 25일 기준, 세계 38개국에서 8만253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2천703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중국은 확진자 7만7천658명, 사망자 2천663명이다. 우리나라는 확진자 977명, 사망자 11명이다. 크루즈선 집단감염 사태를 유발한 일본을 추월해 중국 다음 순위의 감염국이 되었다.

국내 최초 감염자는 방문 중인 중국인으로 지난 1월 20일 확진되었다. 한국인 첫 감염자는 우한시에서 근무하다 귀국한 사람으로 24일 확진되었다. 27일 정부는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경계’ 수준으로 격상하였다. 1월 31일과 2월 1일 700여명의 우한교민들을 귀국시켰다. 2월 중순까지만 해도 감염 속도와 경로로 볼 때 제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18일 31번째 감염자가 나오면서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 되었다. 신천지대구교회와 청도대남병원을 중심으로 대구경북지역의 감염자가 급증하였다. 19일 20명, 20일 104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였다. 경북 청도에서 최초의 사망자가 나왔다. 21일은 확진자 204명, 사망자 1명이 추가로 발생하였다. 대구와 경북 청도를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였다. 23일 누적확진자가 600명을 넘었고, 정부는 위기경보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하였다. 현재 대규모 전국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신천지 신도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등 총력대응을 펼치고 있다. 불안과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고 의혹과 불신도 증폭되었다.

참담한 상황임에도, 좋은 사람들의 선한 영향력들은 희망을 만든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국인의 저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힘내라 우한’으로 시작한 훈훈한 마음, 따뜻한 움직임은 ‘힘내라 대구’, ‘힘내라 대한민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무총리는 대구에 머물며 현장을 직접 지휘하기 시작했다. 사투를 벌이고 있는 환자와 부족한 의료진을 돕기 위해 공중보건의 등 100여명이 파견되었다. 수십 명의 민간의료인들의 자발적 참여도 이어질 예정이다.

스타들의 기부행렬도 눈에 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배우 신민아, 이병헌, 국민MC 유재석이 1억원씩을 기부했다. 이영애, 김고은, 박서준, 이승환, 장성규 등 많은 배우, 가수, 방송인들이 기부에 참여하였다.

‘착한 건물주’의 ‘착한 임대료’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인들에게 힘을 주고 있다. 전주, 부산, 원주, 속초, 파주, 김포, 대구 등 월세를 인하하는 건물주들의 선행이 잇따르고 있다. 남대문시장 상가 1천800여곳의 임대료도 인하해 주기로 하였다. 방역기부나 공동구매, 코로나맵과 같은 정보제공 등의 시민활동들도 펼쳐진다.

어느 주부가 자신의 SNS를 통해 마스크 사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개했다. 주방에서 사용하는 대나무 면행주를 잘라 마스크의 리필 필터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감염차단, 비용절감, 자원절약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신선하다. 이렇듯 시민들의 지혜와 노력, 선한 영향력이 모이면 이번 코로나19 사태도 반드시 극복해 낼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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