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숙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민원팀장

[충청매일] 지난해 여름. 무더위에 기력도 없고 모든 것이 귀찮았다. 그렇다 보니 퇴근 후 내가 유일하게 하는 운동인 동네 한 바퀴 도는 것조차 힘에 겨웠다. 어느 날 분위기도 바꿀 겸 미용실에 염색을 하러 갔다. 오래전부터 단골인 나는 원장님께 신나게 할 수 있는 댄스교실은 없을까 물었다. 원장님은 금천동 호미골 체육공원에 가보면 흥이 날 거라고 일러줬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신나게 몸을 움직이다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쾌감을 느낀단다. 이름도 예쁜 ‘달빛 체조교실’이다. 더군다나 무료로 운영되고 오후 8시 시작이라 몸치인 내 얼굴이 어둠에 숨겨져 부끄럽지 않을 듯했다. 원장님은 운동 마니아였다. 운동을 꾸준히 하니 늘 자신감에 차 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무척 부럽다. 나도 운동으로 더위를 날려보리라 마음을 굳게 먹는다.

드디어 7월 29일. 달빛 체조교실 첫날! 집에서 편하게 입던 옷을 입고 체육공원으로 갔다. 벌써부터 많은 사람이 모여 준비 운동을 하고 있었다. 첫 줄은 부끄러워 두 번째 줄 끝에 섰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보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안부를 묻는 모습이 보였다. 오랜 기간 달빛 체조교실에 참여한 덕에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이다. 참으로 부러웠다. 나도 저분들처럼 열심히 해보리라.

드디어 강사가 도착하고 힘찬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동작을 자연스럽게 따라 했다. 노래는 나에게도 친숙한 7080. 정겨움에 콧노래를 부르니 몸은 흥겹고 더욱 신이 났다. 동작 하나하나가 잘 안되고 정신이 없어도 자연에 내 몸을 맡기며 심호흡을 하니 마치 이곳이 천국인 듯하다.

평상시 온몸을 움직이지를 않다 보니 두 팔을 크게 벌려 빨리 돌리기도 버거웠다. 빠른 음악에 맞춰 어려운 동작을 하는 손과 발이 따로 놀고 힘에 겨웠다. 나중엔 숨이 차 헐떡거렸다. 소화하기 어려운 동작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변형해 움직이는 어르신들을 보니 무척 귀엽고 재미있다. 쉼 없이 50분을 뛰고 나니 온몸에 땀이 흐르고 기진맥진이지만 내 몸은 그래도 음악에 따라 리듬을 탄다. 한 시간가량 걷는 것보다 에너지 소모가 몇 배나 더 큰 것 같다. 달빛 아래서 50∼60명이 함께 리듬에 맞춰 노니는 모습은 내게 또 다른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움직이는 동작만 봐도 얼마나 오랜 시간을 달빛과 함께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의 안정되고 멋있는 몸동작과 세련된 옷맵시는 내게 부러움의 대상으로 다가왔다.

왜 진작부터 안 했을까? 그런데 자꾸 일이 생겨 참여하지 못하는 날도 늘어만 갔다. 그래도 동작이 점점 익숙해지니 더 신나고 즐거웠다. 달빛 체조는 보건소에서 생활체육 전문 강사의 진행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스트레칭, 음악과 함께하는 신나는 에어로빅 등 생활에 활력을 주고 지역 주민의 건강증진 도모를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10월 중순까지만 진행돼 무척 아쉬웠다.

올 봄 다시 시작될 달빛 체조교실이 내 마음을 봄바람처럼 살랑살랑 설레게 한다. 지역주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누구나 참여해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살찌울 생활체육의 저변 확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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