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충청매일] 호주 산불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충격적으로 확인해 주었다.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불안과 공포에 휩쓸리고 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가축의 치명적 대가’라 표현한 감염병의 본질에 대해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성 호흡기질환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주로 호흡기로 전염되며,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을 유발하고 폐렴 증상을 보인 후 심해지면 폐포가 손상돼 사망에 이른다. 잠복기는 최장 14일까지 이어지기도 하며, 잠복기 중에도 전염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원지인 우한시는 지난 23일 이후 봉쇄되었다. 28일 기준으로 전 세계 12개국에서 4천576명의 확진자가 잘생하고 이중 106명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우리나라는 1월 20일 최초 확진, 27일 4번째 감확진자가 발생하였다. 정부는 감염병 위기단계를 ‘경계’ 수준으로 상향하고 24시간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2002년 중국 광둥성에서 발생했던 사스는 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를 거쳐 변이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시아와 캐나다, 미국 등으로 전파되면서 8천여명의 감염자와 77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9.6%의 치사율을 보였다. 우리나라는 4명의 감염자가 발생했으나 사망자가 없었고 사스 예방 모범국이라는 평을 받기도 하였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한 메르스는 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가 낙타를 거쳐 변이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지역 뿐 아니라 전 세계로 전파돼 1천599명의 감염자와 574명이 사망자가 발생했고 35.9%의 치사율을 보였다. 우리나라에는 2015년 전파돼 186명이 감염되고 38명이 사망하였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전파력이 사스 보다는 낮고 메르스 보다 높은 수준이며, 치사율은 4% 수준으로 사스 보다 낮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확산의 정도가 심각해 어느 정도의 피해를 야기할 것인지 예측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선방하기를 고대하며 몇 가지 유의할 점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사태파악이 중요하다. 감염 확산의 추이에 민감해야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심각한 단계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봉쇄조치 이전에 500만 명의 인구가 우한시를 빠져나갔다는 보도도 나왔다. 후베이성 이외 지역의 확진자 수가 절반 수준으로 늘었다는 점도 우려되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확진자 모두 우한시에 체류했던 사람들로 확인되었으나, 앞으로 2차 감염자 발생 여부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치밀한 대응은 더더욱 절실하다. 검역·방역체계를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늦장대응 보다 과잉대응이 낫다’고 강조했듯이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 기관 뿐 아니라 시민 각각의 행동도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환경과 생활에 대한 성찰을 시작해야 한다. 치명적 피해를 동반하는 감염병의 원인은 가축의 대량사육과 과도한 동물접촉에 기인한다. 밀집된 도시환경은 감염병의 전파력을 증폭시키고 편리주의·소비주의적 생활양식은 병원체에 대한 저항력과 면역력을 저하시킨다. 호주 산불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모두 인위적 환경 조작의 결과물이라는 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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