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란 청원도서관 사서]청주시 사서들이 연재하는 ‘圖·始·樂’코너에 우리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기로 하고, 내가 선택한 작가는 정진명이다. 그는 30년간 국어교사로 재직하였고, 시인이자 다양한 분야의 저술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작가이다. 본업이랄 수 있는 시집은 차치하고 허약한 체질 때문에 관심가진 침·뜸으로 한의학 관련 서적을 여러 권, 건강방책으로 시작한 국궁관련 책을 여러 권 집필하는 등 저술이력이 화려하다. 자신이 집중한 모든 것에 책을 남길 만큼 정진명 작가는 진지한 탐구력과 놀라운 통찰력을 지녔다. 몇 년 전 모임에서 작가를 초청해 강연을 들어본 적이 있는데, 눈빛은 너무나 강렬한 반면, 잘 웃으시고 소탈한 모습에 수련을 많이 한 내공 깊은 도인의 인상을 받은 바 있다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우리철학이야기’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저자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짧은 시간에 동양철학을 강의한 경험이 계기가 됐다. 학교에서 대학진학만을 위해 지식을 배우고 인생의 진리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세태를 통탄하면서 쓴 책이다. 물론 내용은 단순하지 않다. 하지만 문장이 친근하고 선택한 단어들이 단순하고 평이해 어렵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작가는 분명 학교 재직시절 매우 훌륭한 교사였으리라고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책의 첫머리에 진리를 탐구하는 철학이 동서양이 서로 다를 바 없지만, 우리가 배우는 지식이 서양이론에만 너무 치우쳐 있어 세상을 보는 시선이 균형을 잃었기에 조금이나마 바로잡고 싶다는 집필의도를 밝히고 있다. 또, 지식을 생활의 방편으로 충분히 활용했던 선조들처럼 철학이 실생활에 도움이 돼야함을 강조하고 있다. 동양철학의 우리식 해석으로 이 책을 요약할 수 있겠다. 모두 10장으로 구성된 목차를 보면 먼저, 사람이란 무엇인가, 나란 무엇인가, 생각이란 무엇인가, 종교란 무엇인가, 철학이란 무엇인가, 몸이란 무엇인가, 운명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사람의 마음에서부터 시작해 현실의 여러 문제까지 두루 다루었다. 동양사회에 드리워진 거미줄 같은 여러 논리들을 핵심요약하면서 청소년이 스스로 길을 찾아갈 수 있는 안내서로 적합하게 꾸며졌다

마지막장으로 가면서 작가는 한 문장으로 이제껏 끌고 왔던 방대한 주제의 결론을 대범하게 끝맺는다. ‘순수하게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잘사는 삶의 비결이다’라는 것이다. 작가는 이 말을 위해 동양의 음양오행, 제자백가, 불교 등의 심오한 사상들을 아우르는 통찰을 보여주었다. 보통 철학서의 경우 생활의 지혜보다는 생각의 복잡한 질서만을 다루는데 비해, ‘우리철학이야기’는 명료한 생활의 지침이 될 수 있다. 독자는 누구라도 이 책을 끝까지 읽어 내가 마주한 마지막 문장까지 논리의 구슬을 꿰어가길 바란다. 끝으로, 우리지역에 이런 훌륭한 선생님이 계시다는 것에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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