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490년, 제나라 경공(景公)이 신하 안영(晏嬰)을 급히 불렀다.

“지금껏 내게 누구보다 충성을 다한 신하 양구거가 죽었다고 하오. 내가 그를 위해 후하게 장례를 치러주고 묘도 크고 높게 해주고자 하오. 어찌 생각하시오?”

이에 안영이 경공에게 물었다.

“평소 양구거가 군주께 어떻게 충성을 했습니까?”

그러자 경공이 말했다.

“그는 이전에 내가 즐거워하는 것이라면 담당 관리도 구하지 못하는 것을 어디서 용케 구해왔소. 또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자신의 것이라도 기쁘게 내게 주었소. 비바람이 몰아치고 눈보라가 휘날려도 그는 내가 부르면 항상 달려왔소. 이것이 나를 위해 충성을 다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이에 안영이 마음을 가다듬고 경공에게 아뢰었다.

“지금하신 말씀에 제가 대꾸를 하면 죄가 될 것이고, 대꾸하지 않으면 군주를 잘못 섬기는 일이 될 것입니다. 제가 말을 해야 할까요, 하지 말아야 할까요?”

그러자 경공이 말을 계속해도 좋다고 했다. 이에 안영이 말을 이었다.

“신하가 되어 군주에게 제멋대로 하는 것을 불충이라 합니다. 반면에 신하가 되어 군주로 하여금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펼치도록 하는 것을 충성이라 합니다. 제나라에 모든 백성은 군주의 신하입니다. 그런데 오직 양구거만 있는 힘을 다해 군주를 섬겼다고 한다면 우리 제나라에는 충성을 하는 신하가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또 나라 안에 모든 것은 군주의 것입니다. 그런데 담당 관리도 구하지 못하는 것을 양구거가 구해왔다고 하면 그것은 군주의 것을 사사로이 취급한 것이고, 군주를 제멋대로 대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양구거는 군주로 하여금 다른 신하들을 보지 못하게 하였고 다른 말을 듣지 못하게 하였으니 참으로 불충한 자인 것입니다.”

그러자 경공이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안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대의 말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소. 내가 어리석었소. 양구거가 내게 충성을 한 것이 사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구려.”

이어 경공이 양구거의 성대한 장례를 취소하고 묘를 화려하게 하는 것도 그만두게 하였다. 그리고 형리에게 명하였다.

“양구거의 불법을 조사하고 죄를 지었거나 잘못한 것이 있으면 형리가 공정히 처리하도록 하라. 또한 나와 가까운 신하 중에 사사로이 법을 이용한 자들이 있으면 같이 조사하라!”

이 명령이 떨어지자 신하들 중에 숨거나 달아난 자들이 속출하였다. 이는 모두 군주께 충성을 하는 척하면서 자신의 사익을 꾀하였기 때문이다. 후에 경공은 안영을 높여 재상에 임명하였다. 이는 ‘안자춘추’에 있는 이야기이다.

시도지교(市道之交)란 시장과 길거리에서 이루어지는 사귐, 즉 이익이 있으면 사귀고 이익이 없으면 헤어지는 장사꾼의 교제를 이르는 말이다. 주로 의리가 없고 믿음이 없는 친구나 남녀 관계를 이르는 말로 주로 쓰인다. 이익으로 만나면 결말은 불행이요, 믿음으로 만나면 평생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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