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충청매일] 뱀이 허물을 벗는 이유는 무얼까.

뱀의 허물은 딱딱한 각질로 돼 있는 비늘이라 늘어나기 어렵다.그래서 뱀이 계속 성장하기 위해 늘어나지 않는 허물을 몇 번이고 벗겨내는 것이라 한다. 만일 허물을 벗지 못하면 딱딱한 허물에 갇혀 끝내 죽고 말기 때문이다. 뱀이 허물을 벗는 이유는 결국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인 셈이다.

보수 정치권이 4월 총선을 앞두고 허물을 벗기 위해 몸부림을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분열된 보수 진영이, 지금의 정치 상황 아래서 통합하지 않고선 이길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감의 발로다.

지난 9일, 우선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참여해 출범한 ‘중도보수 대통합을 위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가 그 첫 걸음이다.

그러나 보수진영의 통합이 순탄하게 진행될 것이라 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다.

우선 보수 분열의 결정적 요인이나 다름없는 탄핵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여전히 존재한다.

또 통합을 둘러싼 방법론도 이견이 있다. 여기에 지도체제와 공천권 등 주도권과 지분을 둘러싼 내재적 갈등 요인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여러 요인들 때문에 통합보수의 탄생은 난산이 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제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단정하기 어렵지만, 면밀히 따져보면 통합이라기보다는 ‘전략적 연합’으로 보는 게 타당한 듯하다.통합 논의에 참여한 세력 간에도, 또 같은 정당내 계파 간에도 절대적 통합의지보다는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앞서는 것이 그 배경이다.

“보수도 진보해야 살아남는다”는 국민적 요구와 기대와는 달리,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며 유지하려 함’이라는 사전적 의미의 보수(保守)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이유다.

이는 자신이 속한 정치세력이나,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적 신념과 가치관보다는 우선 자신만 살고 봐야 한다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행태에서 비롯된다. 보수세력은 아직도 덜 춥고, 덜 배고프기 때문에 더 춥고 더 배고파봐야 절실함을 알게 될 것이라는 비아냥거림을 자초하는 대목이다.

최근 국민적 정치성향을 분석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범진보는 45.2%에 달하는 반면 범보수는 39.4%로 상대적 열세를 보인다.

사실상 독재에 가까운 정부·여당의 독단 정치에도 보수 정당의 지지도는 답보 상태인 현실적 상황은 직시하지 못한 채,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세력 내 주도권 다툼만 벌이거나 자신만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한심한 보수세력에 대해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이 지지할 것인지는 묻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

근사록(近思錄)에는 어떤 어려운 일에 처했거나 반드시 풀어야 할 절실한 문제가 있을 땐 ‘이심(利心)을 버려야 한다. 매사에 자기의 온당함만을 좇는 것은 모두 이심이다’고 교훈하고 있다.

통렬한 자기비판과 자기희생을 외면한 채 그저 자기의 온당함을 좇는 이심을 버리지 못한다면, 딱딱해진 허물에 갇혀 끝내 죽을 수밖에 없다.

보수세력이 살아남으려면, 국민적 지지를 얻어 승리하려면 ‘이심의 허물’을 모두 벗겨내는 것이 유일한 길임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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