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라 청주시립도서관 사서]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 카페에 앉아 멍 때리는 것, 명동 한복판을 혼자서 노래를 들으며 걷는 것, TV에 나온 음식점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려 혼밥을 하는 것. 그럴 때마다 듣는 말이 있다. “무슨 일 있어?” 나에겐 아무 일도 없어서 혼자만의 시간을 당연하게 즐기는 것뿐이다. 이처럼 혼자의 시간을 잘 즐기는 사람들 혹은 혼자가 낯선 사람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 있어 소개해본다.

‘혼자가 혼자에게’는 이병률 시인의 5년 만에 신작 산문집이다. 작가는 ‘시를 쓰고 산문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 술을 마시고 식물을 기르고 사랑을 한다. 저 ‘ㅅ’ 들과 함께 사는 혼자 사람’이라고 본인을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작가가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것이자, 그리고 깊이 아는 대상인 바로 ‘혼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작가는 자신을 ‘혼자 사람’으로 지칭한다. 그만큼 혼자 보내는 시간이 오래 길었고 그 시간을 누구보다 풍성하게 써 왔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작가는 자연스럽게 혼자 있고, 혼자 여행하고, 혼자 걷고, 혼자 적막의 시간에 놓인 채 그 시간을 귀하게 보낸다. 이렇다 보니 여행지 같은 특정 장소보다는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들에 더욱 집중한다. 산행, 작은 통나무집 한 채, 작업실, 게스트하우스, 기차나 종점으로 가는 버스 안처럼 우리가 주로 혼자인 채로 놓이는 장소들이다. 책에는 오로지 혼자이기에 오롯이 깊어지고 누릴 수 있었던 시간이 촘촘히 기록되어 있다.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시를 쓰는 작가가 겪고 느꼈던 ‘혼자’에 관한 이야기들과 생각들을 특유의 담백한 문체로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다. 이러한 장면과 사유들은 작가만의 독특한 시선을 담은 풍성한 사진과 어울리며 마치 그 공간 속에 같이 머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수많은 혼자인 사람들에게 ‘충분히 지금도 잘하고 있어’라는 듯한 안부를 건네며 공감과 위로를 준다.

책 속에는 ‘인생의 파도를 만드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보통의 사람은 남이 만든 파도에 몸을 싣지만, 특별한 사람은 내가 만든 파도에 다른 많은 사람들을 태운다’라는 구절이 있다. 파도는 항상 넘어야만 하는 존재라고 생각을 해왔던 나인데 발상의 전환을 통해 파도를 만드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나의 존재’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혼자 있는 시간이 나를 힘들고 외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더욱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강인한 시간임을 일깨워 준다. 비로소 ‘혼자’일 때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된다.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세상은 잠시 뒤로하고 이 책을 읽으며 혼자인 나에게 집중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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