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년대 초 청주문화방송과 충청일보 업무국장을 겸임하며 언론계에 첫발을 디딘 이 회장은 충청일보 편집국장, 중부매일신문 대표이사 등으로 지역 언론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언론계를 떠난 뒤 지금까지 각 언론사들로부터 손짓을 받고 있으나 모두 고사하고 지난 98년 맡게된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과 충북지역개발회장직 수행에 전력하고 있다.
이 회장은 “바른 언론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경영과 편집권의 완전한 분리를 이뤄야 한다”며 “대부분의 언론이 이같은 체제를 바탕으로 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언론개혁의 많은 부분이 경영과 편집의 분리라는 기본적 명제를 시행하지 못해 빚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보편적 사회가치 창출해야

그는 정치·행정과의 유착을 ‘언론의 자해 행위’라고 단언했다.
이같은 유착은 언론의 가장 기초적 역할인 비판기능의 퇴보를 불러오고 결국 공멸을 재촉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신문에 대해 “지금까지 대부분의 신문이 독자에 대한 계도역할을 하는데 만족해왔다”며 “앞으로 독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독자가 원하는 정보로 지면을 꾸미도록 방향전환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제강점기에 태동한 우리 신문은 ‘지사적 역할’에 기반을 두었으나 앞으로 경영 마인드의 접목이 절실하다고 충고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 누가 먼저 경영적 마인드를 받아들이냐에 따라 건실하게 살아남는 신문과 그렇지 못한 신문으로 나뉠 것”이라고 단언했다.
여기서 신문의 경영적 마인드는 일방적 계도와 정보전달이라는 지사적 풍토에서 벗어나 독자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보편적 사회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고 못 박았다.
21세기의 신문은 비판기능을 살리는 독립성과 독자의 욕구를 채워주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갖출 때 보편적 사회가치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창간앞서 시장조사 우선

90년대 후반부터 존립기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신문매체에 대해 “마케팅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창간부터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미국과 유럽 등 일찌감치 언론이 발달한 언론선진국의 경우 창간에 앞서 철저한 시장조사와 수익구조 분석 등 마케팅 방안을 우선 세우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대부분 무조건 발행의 행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방지의 경우 시장경쟁의 원리를 외면하고 수요·공급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등 많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문제작시스템의 대대적인 손질이 선행돼야 한다.
이 회장은 “미국의 신문들은 절대 지면경쟁을 하지 않는다”며 “각자 독자적인 색깔과 논조를 갖추고 최소한의 정규직 인원으로 운영하면서 자생력을 확보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시카고트리뷴 등은 불과 60여명의 정규직원으로 매일 80여면의 조간과 석간을 발행한다고 소개했다.
적은 인원으로 탄탄한 지면을 구성하는 방안은 각 신문사가 맺은 신디케이트.

선진적 제작시스템 도입해야

지역별 지방지가 조직적으로 기사를 교류하고 분야별 전문가들이 인터넷 등에 올린 정보를 필요에 따라 게재하며 일정 수수료 지불로 감량경영한다는 것이다.
편집과 교열 분야에서도 상근직원을 2∼3명으로 하고 파트타임 직원을 고용해 제작비를 최소화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도 편집기자는 3∼4명으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각 시·도 지방지가 자생력을 갖고 발전해나가기 위해서는 이같은 선진적 제작시스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타 산업분야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아웃소싱의 과감한 수용도 제안했다.
전국 각 신문사가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신문 운영도 대학 연구소 등에 넘기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같은 인터넷 신문의 아웃소싱을 시행하고 있는 신문사는 경기 지역 지방지 1곳 뿐으로 매우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의 발달 등 정보유통 방식 변화에 따른 신문의 변화도 가파르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지난 90년대 초 미주리대 장은호교수가 미래언론의 전망이라는 세미나를 통해 언론 커뮤니케이션의 재편을 강조했다”며 “현재 미국 일부 자치정부에서는 주의 조례제정에도 주민이 컴퓨터를 통해 직접 참여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급변하기 때문에 신문도 외적 환경 변화에 발맞추는 진보성을 갖춰야 한다는 전망이다.

중앙집중적 보도 발전저해

지방지의 기능과 역할과 관련, “최근 세계가 글로벌화하고 있으나 로컬의 중요성을 무사한글로벌은 있을 수 없다”며 우리나라의 중앙집중적 보도관행과 독자의 정보편식을 지적했다.
엄밀한 의미에서는 전국지도 서울을 대표하는 지방지로 보아야 하지만 정치와 행정, 경제가 중앙에 밀집한 우라나라의 특성 때문에 언론의 균형적 발전까지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중앙기사와 지방기사를 나누는 것은 철저한 우리나라식 로컬개념 때문”이라며 “뉴욕타임즈 등의 경우도 지역 소식이 전 지면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보의 서울 집중이 계속되면서 언론 독과점 현상을 탈피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지가 존재여부는 지역의 발전과 직접적인 관련성을 갖는다.
이 회장은 충북 언론계의 대표적 성과로 충주비료공장 유치와 충북은행 설립, 경부고속도로의 청주 경유 유치, 최근 고속철도 오송역 유치 등 굵직한 현안사업 여론화 등을 꼽았다.
유신정국과 80년대 제5공화국 당시 4번에 걸쳐 군 검열을 받아가며 신문제작에 나서는 등 우리 언론의 암흑기를 겪기도 한 그는 후배들에게 “반드시 기자중심의 신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또 “앞으로 모든 기자는 IT시대에 부응하는 감각을 갖춰야 하고 비판정신을 가장 값지게 여겨야 한다”며 “더욱 중요한 것은 반론권을 반드시 주는 취재 자세를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자에 대해서는 “지방지에 대한 막연한 폄하의식을 버리고 애정을 바탕으로 참여해줄 것”을 당부하는 한편 “경영자는 완벽한 경영시스템을 갖춰 조직을 이끌어야 하며 언론의 전문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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