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충청매일] 준연동형비례대표제. 국회 경제재정연구포럼의 여론조사 결과 국민 절반 이상이 ‘이 제도에 대해 모른다’고 답할 정도로 유권자들에게 생경한 용어다.

제도의 필요성 여부는커녕 제도의 근본적 이해조차 못하는 상황이란 말이다. 이런 제도 도입 여부를 놓고 정치권이 그동안 공방을 벌인 끝에 지난 28일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비례대표제는 정당의 득표비례에 따라 의석을 배분해 소수의 대표성을 보장하고, 지역이기주의 폐해를 방지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나 소외계층의 국회 진출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정치적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비례대표제가 본래 취지와 목적에 부합되는 지에 대해선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본래 취지와 목적과는 달리 소속 정당의 ‘거수기’나 ‘용병’으로 전락한 사례가 적지 않은 데다,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공천헌금 논란 등 각종 부조리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 군소정당 난립에 따른 정당민주주의 훼손 논란과 함께 비례대표 선출이 불가능한 무소속 후보와 정치적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주권자인 국민들의 직접 선거에 의한 대의정치라는 헌법 정신을 훼손하고 위에 열거한 부정적 요인들을 더욱 고착화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민들 사이에선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반대하며,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국회의원 정수 축소와 비례대표제 폐지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그럼에도 국회의원 지역구 의석수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의 의석수는 그대로 두되, 비례대표 30석에 대해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개정된 선거법이 당장 내년 총선부터 적용된다.

이같은 선거법 개정에 따라 군소정당의 난립은 물론 기성 정당의 위성 정당 초래라는 정치적 혼란이 야기될 우려가 높다. 더욱이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은 정당보다 군소정당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좌우하며 민주적 정당정치의 붕괴를 야기, 대의정치의 근간마저 훼손될 개연성이 농후하다.

정치는 국민 여론을 반영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러나 용어조차 알지 못하는, 적용 방식은 더욱 알지 못하는 선거제도 개정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묻지 않아도 뻔하다. 정치권의 ‘밥그릇 싸움’일 뿐이다. 이를 찬성하는 정당이나, 이를 반대하는 정당 모두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은 진보성향의 군소정당과 정략적 동맹 관계를 통해 정치적 우위를 점하는 동시에 장기집권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속내임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정의당 등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에 찬성한 군소정당은 비례대표 의석수 증가에 따른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 혈안이란 비난을 면키 어렵다.

자유한국당 역시 의석수 감소에 따른 정치적 주도권 상실이란 정치적 셈법에 함몰돼 선거법 개정에 반대한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라는 플라톤의 말처럼,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자신들의 당리당략에만 매몰된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대한민국의 정치적 현실이 비통하고 처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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