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몸, 정보영 작가 개인전 ‘Scattered 흩어지다’

정보영 作 ‘흩어지다 Scattered’(왼쪽), 정보영 作 ‘한계지어지다 Being Limited’
정보영 作 ‘흩어지다 Scattered’(왼쪽), 정보영 作 ‘한계지어지다 Being Limited’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스페이스몸미술관은 정보영 작가의 개인전 ‘Scattered 흩어지다’를 오는 21일까지 제2, 3전시장에서 전시한다.

정 작가의 회화 13점이 전시되는 ‘Scattered 흩어지다’는 전 근대기에 풍미했던 리얼리즘적 재현을 떠나, 달라진 시대에서의 재현 방법론이 무엇인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근대성에서 금기시했던 소위 ‘재현’(representation)의 입지를 재조명하고 실재의 부재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서, 이른바 ‘부재의 현전’(presentation of absence)을 위한 재현을 문제 제기한다.

근대회화가 실재론의 입장에서 보이는 것과 그 너머의 실재(Reality)를 추구하며 근대 이전과 의식적 대립에서 발전하였다면, 탈근대회화는 실재의 불가지성, 나아가 현전 불가능성을 주장하며 근대주의의 실재에 대한 믿음에 회의적 입장을 취한다.

초기작이 재현의 절차를 도입하고 시점에 따른 시간 차이와 사건으로 부재의 현전을 제시했다면, 최근 작업은 이에 근거해 실재의 부재에 대한 개념을 확고히 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부재의 가능성을 드러낸다.

작품은 실재하는 건축물을 도입해 공간 자체를 재현하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하고 실재하는 공간을 통해 부재를 드러낸다. 부재의 요소로서 빛, 시간, 사건, 부재를 암시하는 소재들(촛불, 유리구와 유리병, 오르골, 빈 의자와 테이블 등)이 등장하며 이 요소들의 개입으로 소실점에 의해 구축된 공간은 파열된다.

이번 전시에는 특히 오르골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화면의 전면에 부각되거나 사다리 위에 혹은 유리 진열대에 놓여진 오르골은 시간이 지나면 멈추는, 시간의 지시물이 된다. 오르골은 태엽이 감긴 정도의 시간 동안만 울리며 매 순간 사라지는 멜로디를 통해 부재를 드러내는 지표로서 기능한다.

이렇게 극적 상황으로 연출된 장면을 수백 장의 사진에 담아내고 그림으로 재현한다. ‘흩어지다’는 견고한 사물들이 빛에 의해 단계적으로 사라지는 상황을 가정하고 예측한다. 사물의 그림자 윤곽선이 빛의 중첩에 의해 단계적으로 옅어지고 흩어지고 산란되며 최종적으로 빛에 통합되는 장면을 예측해 그 출발점으로 두 개의 빛의 투사를 제시한다. 이제 건너편에 견고하게 존재하며 긴장상태에 있던 사물들은 빛에 의해 흩어지고 사라진다.

정 작가는 작품의 기획의도에 대해 “되돌아보면 사실성(reality)을 향한 충동이 그림의 큰 부분을 지배해왔던 것 같다”며 “정확히 말하면 빛에 여과된 사실성, 연출된 사실성일 것이다. 빛을 그린다는 것은 동시에 그림자를, 그림자를 그린다는 것은 동시에 빛을 그린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정물을 빌어, 공간을 빌어 빛을 그려온 지금, 지극히 근본적이고 자명한 이 문구를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전시문의 ☏043-236-6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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