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정보원 원장

[충청매일] 지난 9월 충남도 아산시의 온양중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 내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로 9살 어린이 김민식 군의 사고가 발생했다. 무엇보다도 이 사건이 안타까운 이유는 사전에 충분히 예방 가능한 사고였다는 점이다.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교통안전시설이 너무 미흡했다. 현장에는 신호등과 안전펜스가 없었고, 과속카메라도 없어 결국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던 것이다. 결국 이러한 사실들이 피해자의 눈물 어린 호소로 전해졌고, 청와대 국민청원과 법안 개정까지 이뤄졌으며, 이는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 등 17인의 ‘민식이법’으로 발의 됐다. 

‘민식이법’으로 불린 스쿨존 횡단보도 교통사고의 이면에는 사고가 나기 쉬운 환경, 즉 안전펜스, 신호체계, 교통안전시설 및 안내 등 공공디자인의 역할이 국민의 안전과 삶의 행복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음을 확인하는 아픈 사건이 됐다. 이러한 배경에서 공공디자인 본연의 공공성에 대한 회복의 요구가 증가했으며, 기존의 공공디자인 역할인 장식적·선심성 기능에서 ‘안전·편리’ 등 실질적 삶의 질을 제고하는 기능으로 요구되고 있다. 

공공디자인 본연의 공공성에 대한 논의로 지난 11월 한국문화정보원과 (사)충북공공디자인협회가 공동주관하고, 건국대학교 글로컬산학협력단와 공동으로 청주시 공공디자인 심층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세미나에서는 충북도 11개 시·군 실무담당자 및 공공디자인 관련 담당자, 충청지역 디자인 기업 등이 참여해 충북의 공공디자인의 역할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모색하는 귀중한 자리를 마련했다. 세미나를 통해 지역과 중앙부처의 역할과 공공디자인의 문제점을 논의했고, 다양한 추진방안이 거론됐다.

2016년 8월 4일 <공공디자인 진흥에 관한 법률(약칭 : 공공디자인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다. 공공디자인법 시행원칙 제10조에는 다음과 같은 기본원칙을 포함하고 있다. △ 공공의 이익과 안전을 최우선, 아름답고 쾌적한 환경 조성 △연령, 성별, 장애, 국적 등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환경 이용 △국가·지역의 역사 및 정체성을 표현하고 주변 환경과 조화·균형 등 공공디자인의 주요 기능이 담겨 있다. 그러나 국가적 차원에서 공공디자인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게 되었으나, 법 적용대상에 있어서는 한계점이 드러난다.

먼저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8년 기준으로 245개 지자체 중 150곳(61%)만이 공공디자인 조례를 제정하고 있으며, 광역의 경우 15곳(88%) 제정(울산, 세종 미제정) 기초의 경우 135곳(59%) 제정하고 있다. 특히 영남지역 비율이 낮음이 파악된다. 공공디자인법 시행령에 명시된 공공디자인위원회 구성 및 운영을 살펴보면 광역은 12곳(71%)이 구성(울산, 세종, 강원, 전북, 경남 미구성), 기초자치단체는 90곳(40%)이 구성, 대부분의 기초자치단체는 아직 활성화가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식이 법에서 살펴보았듯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공공디자인은 총괄은 문체부, 경관은 국토부, 옥외광고물은 행안부 등 다양한 기초자치단체와 부처 간의 통합 검토와 협력이 절실하다. 다시는 제2의 민식이가 나오지 않도록 공공디자인위원회를 활발히 운영해 국민의 안전 보장과, 차별 없는 환경 이용, 지역과 중앙의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모두가 협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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