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철 콩트작가

[충청매일] 오전 9시가 넘은 시각 택시가 교문 앞에 와서 멈춘다. 선생님이 지금 출근할리는 없고, 누구지? 공교롭게도 택시에서 내린 사람은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었다.

보통 학생들은 통학버스나 학부형, 또는 활동보조원의 도움으로 등·하교를 하고 있는데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걸어 다니는 학생도 있지만 그것은 소수에 불과하다. 장애인이 아니라면 시내버스나 자전거 등으로 등·하교를 하겠지만 우리 학교 학생들은 부모와 함께 걸어오는 학생은 있어도 자전거를 타고 오는 학생은 보지 못했다. 

나는 어느 날 택시에서 내린 학생에게 요금이 얼마나 나오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학생의 대답은 의외로 얼마 나오지 않는단다. ‘기본요금’ 정도라고 쉽게 말하는 것을 듣고는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요금이라면 걸어 다녀도 될 거리 같았다. 더구나 학생이 살고 있는 곳은 내가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이었다.

만일 학생이 걸어 다닌다면 얼마나 걸릴까? 내가 사는 집에서 5분 정도 더 가면 되는 거리이니까 대체로 20분 정도면 될 것 같은 계산이 나왔다. 하지만 장애가 있는 학생이 걸어 다닌다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길을 걷다 갑자기 정신질환이 나타날 수도 있고 신체 특정부위 등에 통증이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걷기로 작정하고 나섰다가 엉뚱한 곳으로 방향을 잡게 된다면 더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런 저런 복합적인 문제점을 감안하여 정부에서는 장애 학생에게 매월 일정액을 등·하교 교통비 명목으로 지급하고 있다고 했다. 통학버스를 타지 않는 학생은 활동보조원이 그 수당을 받고 학생을 등·하교 시켜주고 있어 일자리를 갖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학교에서 운행하는 통학버스도 무료이고 급식비 같은 것도 정부에서 지원해주고 있으니 많은 혜택을 누리는 것 같으나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한다.

무엇을 알까만, 우리나라 복지정책은 잘 되어있는 것 같다. 북한이나 중국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나 배려가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질책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개선할 부분도 많고 신설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하니 관계자들께서는 귀 기울여 들어야 할 것 같다. 

나는 어린 시절 10리 정도의 초등학교 등·하교 길을 걸어서 다녔다. 그때는 비포장 길이었다. 버스가 지나가면 뽀얀 먼지가 앞이 안보일 정도로 날렸다. 겨울날씨는 왜 그리 추웠던지 교실에 들어서면 볼이 빨갛게 얼어 잘 익은 복숭아 같이 보일 정도였다.

형님이 산토끼 가죽을 벗겨 말린 털로 만들어준 귀마개를 한 모습은 귀엽다고 해야 할까. 지금 그 모습을 회상해보면 마치 영화에 나오는 몽골이나 우즈베키스탄의 어린이같이도 느껴졌을 거다. 비가 오는 날은 변변한 우산이 있을 리 없으니 비료포대를 뒤집어쓰고 등교한 기억도 새롭다. 그래도 결석이라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지금 10리 길을 걸어서 학교 다니는 학생은 없을 거다. 그만큼 살기도 넉넉해졌고 아까운 시간을 거리에 쏟아 부을 만큼 여유도 없다. 그저 자고 일어나면 공부공부하는 학부형들의 목소리가 그것을 그냥 둘리도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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