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충청매일] 황새는 몸통이 흰색이고 검은 날개와 붉은 다리를 가졌다. 호수, 하구, 늪, 논 등 습지가 있는 곳에서 서식한다. 물고기, 개구리, 곤충 등을 먹고 산다. 천연기념물 199호로 지정된 황새는 흔히 두루미, 왜가리와 혼동되기도 한다. 사진으로 보면 구분이 되지만 멀리 현장에서 보면 쉽게 구분하기 어렵다.

1900년대 초반에만 해도 황새는 마을 근처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6·25 한국전쟁 통에 수가 크게 줄었고, 그 이후로는 농약, 하천오염 등으로 먹이가 줄어들자 우리 곁을 떠났다. 멸종되었다고 여겨졌던 토종 황새가 다시 목격된 것은 1971년 충북 음성군 생극면이었다. 그런데 며칠 후 밀렵꾼의 총에 맞아 수컷이 죽고 말았다. 필자의 뛰어 놀던 고향 뜰이라 더욱 마음이 아프다.

그 이후 혼자 살던 암컷은 1983년 농약에 중독된 상태로 발견되어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1994년 숨졌다. 우리나라 황새의 마지막이었다. 1996년 한국교원대학교에 한국황새복원센터(現 황새생태연구원)를 설립하여 러시아와 일본에서 황새를 입양해서 복원에 힘써오고 있다. 2015년에는 충남 예산에 황새마을을 만들어 야생에 방사하기도 했다. 이 덕분에 국내 여러 곳에서 황새가 목격되고 있으며, 이 들 중 대부분은 황새생태연구원에서 길러져 방사된 것들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목격되는 황새는 주로 서산, 당진 근처의 서해안이며, 이곳을 거점으로 내륙의 여러 곳에서 간헐적으로 목격된다. 방사된 황새의 발에 장착된 위성위치시스템(GPS) 자료에 의하면 황새 중에는 북한을 거쳐 러시아와 중국까지 이동하는 개체도 있다. 그런데 그 이동경로를 보다가 궁금증이 생겼다. 왜 고향과도 같은 황새생태연구원이 있는 청주 주변에는 오지 않는 것일까?

황새생태연구원의 하동수박사는 그 이유를 먹이 부족에 있다고 말한다. GPS 자료에 의하면 미호강 주변에서의 기록이 있긴 하지만 오래 머물지 않았다고 한다. 먹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는 것이다. 황새가 내륙 보다는 서해안에 더 많이 머무는 이유도 먹이 때문이다. 갯벌에는 먹이를 사시사철 얻을 수 있다. 갯벌이 주는 생물다양성의 효과이다.

인간에게 황새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는 왜 황새의 복원에 이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일까? 황새는 육식만을 하는 최상위 포식자이다. 그러므로 황새가 서식한다는 것은 그 하위 생태계가 충분히 다양하고 풍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황새는 사냥기술이 서툴기 때문에 먹이가 충분해야 한다. 필자가 고향에서 황새를 목격했던 1970년대만 해도 논과 하천에는 개구리, 메뚜기, 뱀, 방아깨비, 거머리 등이 무척(너무) 많았다. 대부분 논과 하천 같은 습지에서 사는 생물들이다.

황새가 돌아오기 위해서는 논, 둠벙, 하천의 모래톱 등 습지가 잘 보전되어야 한다. 이러한 습지의 중요성 때문에 정부와 광역자치단체장은 생물다양성의 보고(寶庫)인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법, 조례 및 습지보호구역의 지정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광역 도 단위에서 유일하게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 없는 충북에 황새가 돌아오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황새 복원은 친환경 습지의 보호와 복원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다시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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