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주
수필가

[충청매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정하동에 있는 마애비로자나불좌상을 보러 갔다. 법신불이며 화엄종의 주존불인 비로자나부처님을 마애불로 모시는 것은 아주 드문 예이다.

사천동 새동네 사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정북토성 쪽으로 가다보면 산자락 끝에 마애비로자나불좌상이 길에서도 보인다. 다른 불상들이 수난을 당하듯이 코와 눈이 크게 훼손되었다. 속설에 의하면 부처님의 코를 긁어다가 돌가루를 물에 타서 먹으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고 한다. 자손을 갖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이해할 수 있으나 정말 아들을 낳았는지 확인할 길 없다.

대개의 마매불은 산의 일부인 커다란 바위에 새겨져 있는데 비해 정하동 마애비로자나불좌상은 커다란 돌에 새겨서 연좌대 위에 세워 놓은 것처럼 보였다. 산과 바위 사이가 조금 떨어져 있다. 그러면서 마치 마애불을 보호하듯 바로 뒤에 바위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혹시 배후에 있는 바위벽에 무슨 그림이나 글씨 같은 흔적이 있나 살펴보았으나 발견하지는 못했다. 혹시 바위벽을 배경으로 하고 마애불까지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구조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불상은 서남쪽을 향하고 있었다. 산에서부터 좀 떨어져 나온 것은 본래 산에 붙어 있었는데 산이 허물어진 것인지 애초부터 그렇게 떨어져 있는 돌에 부조한 것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안내판 설명에 의하면 불상의 높이가 323cm라고 한다. 대좌 높이 45cm, 폭은 280cm라고 한다. 상당히 큰 편이다. 불상은 좌상인데 대좌는 연꽃을 엎어 놓은 복련으로 되어 있었다. 대개 좌상은 연좌대이고 입상은 복련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약간 다르다.

불상은 분명 지권인(智拳印)을 하고 있었다. 지권인은 오른손으로 왼손의 검지를 감싸 쥐고 오른손의 엄지와 검지를 붙여서 하나로 만들고 있다. 왼손은 중생을 의미하는 손이고 오른손은 부처님을 의미하는 손이다. 왼손은 사바세계를 오른손은 불법의 세계를 의미한다. 결국 중생과 부처님이 하나이고 속계와 불계가 하나라는 의미이다. 그것이 곧 진리이고 법이다. 마애불 중에 비로사나불은 매우 드물다. 아마도 정하동 근처에 화엄종의 상당히 큰 사찰이 있었으며 비로자나불을 본존불로 모셨었나 보다. 근처를 돌아보아도 사찰 터로 보이는 대지는 찾을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이 청주시의 근교로 이미 개발이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부처님 상호는 몸에 비해 매우 큰 편이었다. 게다가 몸에 비해 얼굴의 윤곽을 더 뚜렷하게 강조하였다. 눈이 크고 코도 크다. 왼쪽 눈과  코가 많이 훼손되었다. 이마에 백호 자리가 매우 깊은 것으로 보아 수정 같은 매우 큰 보석이 박혀 있었던 것 같다. 얼굴은 퉁퉁한 사각형이다. 볼까지 오동통하게 솟아올라 귀여운 열여덟 처녀 같은 느낌이다. 어깨에 걸친 옷자락이 무릎을 덥고 있어서 편안한 느낌을 준다. 서산 마애삼존불상이 인간적인 모습이라면 정하동 마애비로자나불좌상은 실제 사람의 모습과 거리가 멀어 이상적 인간상을 그린 신격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정하동 마애비로자나불좌상은 볼수록 진귀한 불교예술품이다. 주변에 정북토성의 안전을 빌었을 수도 있고 와우산 토성이나 상당산성에 있는 백성의 안녕을 발원하는 부처님이었을 수도 있다. 앞으로 주변에 큰 길이 생기고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조성되면 숨어 있는 문화재가 아니라 시민의 바로 곁에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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