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230년 전국시대, 한비자는 한(韓)나라 사람이다. 젊어서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에게서 사상과 학문을 배웠다. 그 무렵 한나라는 왕과 대신들이 사치와 향락에 빠져 나라가 기울고 있었다. 이에 한비자가 한나라의 부국강병을 위해 여러 저술을 남겼다. 하지만 한나라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느 날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기 전에 우연히 한비자의 저술을 읽게 되었다. 그 내용이 자신의 천하통일대업에 꼭 필요한 것들이었다. 이에 한비자를 진나라로 초청하여 군왕이 신하를 통제하는 권술(權術)에 대해 물었다.

“권술은 법과 술수 두 가지입니다. 법은 알려야 하니 드러나는 것이고 술수는 신하들이 몰라야 하니 감추는 것입니다. 법이란 백성이 지키면 상을 받고 어기면 벌을 받는 것이 기본입니다. 즉 상과 벌을 분명하게 하여 백성들이 믿게 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만약 법이 안전하지 않고 함부로 남용된다면 아무리 높은 자리에 있는 자라도 안전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나라 역시 안전할 수 없는 것입니다. 술수란 군주가 신하들에게 관직을 주고 대신 신하들의 진퇴와 생사를 주관하는 것입니다. 군주에게 이런 술수가 없으면 신하들에게 바보 멍청이로 대접받는 것이고 나중에는 자리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법과 술수는 군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도구라 하겠습니다.”

“군왕이 세력을 가진다는 것은 사람을 기용하는 것입니다. 다만 유능한 자를 기용하면 편안하지만 그렇지 않은 자를 기용하면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현명한 신하는 백성과 나라를 부강하게 하지만, 간사한 신하는 백성과 나라를 해치게 됩니다. 그러니 군왕이라면 이를 잘 이용해야 합니다.”

이어 한비자가 우화 한 가지를 들어 설명하였다.

옛날 송(宋)나라 사람 중에 양조장을 지어 술을 파는 자가 있었다. 그의 술은 아주 맛이 좋았다. 게다가 그는 손님들에게 양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팔았다. 그런 이유로 찾아오는 손님이 아주 많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손님들의 발길이 점점 끊어지기 시작했다. 그가 답답하여 마을 어르신에게 호소하였다.

“제가 누구를 속인 적이 없는데 손님이 없으니 이게 무슨 까닭입니까?”

“혹시 자네 집에 키우는 개가 몹시 사나운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개가 사납다고 술이 안 팔릴 이유라도 있습니까?”“그거야 사람들이 개를 무서워하기 때문이지. 술 사러 갔다가 개에게 물리고 온다면 누가 술을 사러 가겠는가? 자네 술이 안 팔려 다 시어버리는 것은 바로 그 개 때문이네.”

구맹주산(狗猛酒酸)이란 술집에 키우는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는 뜻이다. 군주가 사나운 자를 기용하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해도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는 어진 신하들이 사나운 자에게 험한 꼴을 볼까 두려워 멀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서초 주점은 본래도 인기가 없었는데 엊그제 사나운 개를 데려왔으니 이제 장사는 접었다고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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