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청주시의회에서 주최하는 ‘미세먼지와 소각장으로부터 안전한 청주시 만들기’ 토론회에 참석했다. 청주시는 어느덧 미세먼지농도, 유해화학물질 배출량, 사업장폐기물 소각량 등 대기오염과 관련된 지표에서 전국 상위권의 오명을 휩쓸고 있는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 주 어떤 모임에서 만난 분이 청주에서 왔다고 하니 “아, 교육과 문화의 도시 청주요”라고 응대해 주셨는데, 부끄럽고 답답했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청주는 교육의 도시, 깨끗한 도시라고 불리기에 부끄러움은 없었다. 맑은 고을 청주(淸州)라는 이름이 주는 이미지도 한 몫 했다. 그러던 청주가 요즘은 강력범죄가 빈번하고 대기오염이 가장 심한 도시 중 하나라는 불명예로 알려지고 있어 너무나 안타깝다.

청주시 북, 서부 지역에는 여러 개의 소각시설이 있는데, 지난 10년간 이 소각시설들에서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하는 법규를 위반 것이 25건에 달한다고 한다. 서류상으로 기록돼 발각된 위반건수이니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한 업체는 7차례의 적발과 개선명령을 받았는데도 여전히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적인 투자회사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고, 이름만 들어도 잘 아는 법률회사의 자문을 받는다고 하는데, 앞으로 더 힘든 싸움이 될 것 같다. 국토 면적의 0.9%밖에 되지 않는 청주시의 사업장폐기물 소각시설 용량은 전국의 18%에 달한다. 왜 그런 것일까?

폐기물관리법에 의하면 환경부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폐기물처리업을 허가할 때 필요한 조건을 붙일 수 있다. 다만, 영업 구역을 제한하는 조건은 생활폐기물의 수집·운반업에 대하여만 해당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버린 쓰레기는 내가 사는 지역에서 처리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그리고 그 비용도 내가 지불한다(오염자부담원칙). 그런데 현행 법률상으로는 다른 지역의 사업장폐기물(지정폐기물, 의료폐기물 포함)을 우리 지역에서 처리할 수 있다.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최초의 폐기물관리법(1986년 12월 31일 제정)에서는 산업폐기물처리업자에 대하여 영업구역을 정하거나 기타 필요한 조건을 붙일 수 있었고, 폐기물의 발생량과 처리업자의 지역적 분포 등을 고려해 허가를 제한할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의 장려와 처리업자의 경영난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지역분포 고려 사항은 삭제되고, 영업 구역도 생활폐기물에만 제한을 뒀다.

대한민국헌법과 환경정책기본법에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장 우선적이고도 기본적인 권리는 하위법령인 폐기물관리법에 의해 빼앗기고 말았다. 청주시 소각장 주변 주민들의 암 발생률은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 식도암은 1.93배, 폐암은 1.35배 더 높다. 청주시는 미세먼지와 유해물질 최고 배출지역이 됐다. 그럼에도 청주시에는 더 많은 산업단지와 공장, LNG발전소가 들어서려고 한다. 우리가 숨 쉬어야 할 공기가 더 오염될 처지에 놓여있다. 우리의 숨 쉴 권리는 왜 자꾸 침해당해야 하는 것인가? 청주시민들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 권리조차 경제논리에 빼앗기면서 살아야만 하는 것인가? 자꾸 뿌옇게 변해가는 하늘만큼 우리의 마음도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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