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는 황건적 토벌을 명분으로 군대를 출병시켜 자신의 세력을 크게 키웠다. 하지만 비옥한 지역인 하북과 사천을 쥐고 있는 원소에 비해서는 아직도 고양이 앞에 쥐 신세였다. 그럼에도 조조는 원소에게 도전장을 내밀어 자꾸 충돌을 벌였다. 마침내 싸움이 커져 두 사람은 관도 지역에서 서로 대치하게 되었다.

이때 원소는 10만 대군을 이끌고 조조를 작살내려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그러자 원소의 부하 저수가 간언하였다. “주군, 우리 군대가 병력 수에서는 조조를 앞서지만 용맹함에는 아직 미치지 못합니다. 그러니 정면 대결보다는 지구전으로 끌고 나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금 조조는 보급부대가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이는 싸움에서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지구전으로 끌고 가면 적은 분명 굶주림에 시달려 전의를 잃을 것이고, 그때 우리가 공격하면 크게 이길 것입니다.”

그러자 원소가 저수의 말을 가로막았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가? 지금 우리 군의 사기는 조조보다 충만하다. 일부러 장기전으로 끌고 갈 필요가 없다.”

원소는 저수의 말이 기분 나빴다. 그 자리에서 권한을 박탈하고 말았다. 이윽고 원소의 계획대로 전투가 시작됐다. 초반에는 원소가 우세했다. 하지만 조조 또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일진일퇴를 거듭하면서 싸움은 교착상태에 접어들었다. 장기전으로 돌입할 기세였다. 그러자 초조한 것은 조조였다. 식량이 이미 바닥난 것이었다. 조조는 장군 순욱에게 서신을 보냈다.

“상황이 위급하니 긴급 식량 수송을 명한다!”

그런데 서신을 가지고 간 신하가 그만 원소의 부장인 허유(許攸)에게 사로잡히고 말았다. 허유는 곧바로 원소에게 보고하였다.

“주군, 이 서한을 보십시오. 조조 군의 식량이 바닥났다고 합니다. 그러니 지금이 기회입니다. 정예병사로 조조의 본거지를 공격하시면 크게 이길 것입니다.”

하지만 원소는 허유를 신뢰할 수 없었다. 다른 신하들이 아뢰었다.

“허유는 탐욕스러운 자입니다. 더구나 이전에 허유의 아들과 조카가 공물을 횡령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러니 허유의 말은 믿을 수 없습니다.”

결국 허유의 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크게 실망한 허유가 신변의 위험을 느껴 조조 진영으로 투항하였다. 그리고 원소 군의 기밀을 모조리 털어놓았다.

조조는 다음 날 원소의 식량기지 오소를 공격하여 점령하였다. 방대한 양의 식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가져갈 수 없는 식량과 보급 물자는 모두 불태워버렸다. 원소가 이 소식을 전해 듣고 크게 분노하였다. 하지만 더 이상 조조와 싸울 여력이 없었다. 황급히 황하 너머로 도망쳐야만 했다. 이는 ‘삼국지’에 있는 이야기이다.

의심암귀(疑心暗鬼)란 사람을 의심하면 불안하고 두려워 마음에 병이 생긴다는 뜻이다. 사람에게 신뢰를 얻는 방법은 믿지 못하는 사람은 멀리하고 믿는 사람은 결코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남보다 윗자리에 있는 사람은 반드시 새겨둘 말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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