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충청매일] 단풍과 함께 가을을 알리는 풍경 가운데 하나가 갈대다. 그 갈대의 장관을 알리기 위해서 전국적으로 갈대를 주제로 한 축제가 10개를 넘고 있다. 화본목 벼과에 속하는 갈대는 물가 모래땅에 군집을 이루는 여러해살이풀로 그 속성이 인간과 비슷하다. 먼저 인간과 같이 무리 지어 식생 하고 있다. 자연인처럼 혼자 살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과 같이 물과 친밀한 관계를 가진다. 고대 인류의 발생지나 우리의 선사시대 유적지를 보면 대부분 강을 배경으로 번성하였다. 다음으로 작은 바람에도 무리지어 흔들리는 모습이 인간사와 비슷하다. 그래서 파스칼은 인간을 갈대에 비유하고 있다.

서양 속담에 ‘갈대가 태풍을 견디어 낼 때 떡갈나무는 쓰러질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를 배경으로 이솝 우화에 갈대와 올리브 나무가 있다. 잘난 체하기 좋아하는 올리브나무가 갈대를 보고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무기력함을 놀렸다. 그래도 갈대는 침묵을 하면서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서 바람이 몹시 세차게 불어 닥쳤다. 갈대는 심하게 흔들렸지만 몸을 구부리면서 손쉽게 폭풍을 벗어날 수 있었지만, 바람에 강력하게 저항하던 올리브 나무는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부러지고 말았다는 이야기이다.

그리스 신화에 손만 대면 금으로 변하는 미다스왕의 이야기가 있다. 아폴론은 미다스가 아폴론과 리라의 경연에 대한 심판에 이의를 신청하였다. 이에 아폴론은 미다스의 무식한 귀를 더 이상 인간의 귀로 두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여 당나귀 귀로 만들어 버렸다. 미다스 왕은 수건으로 귀를 감추었지만, 이발사가 그 비밀을 알고 있었다. 입 밖에 내서는 안 된다는 명령을 받았지만, 그 비밀을 말하고 싶은 이발사는 갈대밭에 구멍을 뚫고 비밀을 이야기 하고 흙으로 덮었다. 그러자 갈대가 이 비밀을 속삭이기 시작하였고, 지금까지도 미풍이 지날 때면 그 비밀을 속삭인다고 한다.

지금 사람들은 자기들만의 비밀이라고 카카오 톡이나 페이스 북, 블로그와 같은 SNS에 올려놓는다. 거기에는 사실도 있고, 거짓도 있고, 검증되지 않은 가설도 있고, 자기가 만든 허구도 있다. 이 모든 소리는 갈대 소리가 되어 무리지은 사람들을 움직인다. 그리고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정확한 것이라는 편견에 따라서 갈대밭의 갈대처럼 그 속에 있는 정보에 따라서 이리저리 흔들린다.

파스칼은 팡세에서 인간을 갈대로 비유하였지만, 정확하게는 ‘인간은 자연 중에서 가장 약한 한 줄기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고 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생각도 없이 올려놓은 인터넷의 자료를 생각도 없이 받아들여서 미풍에 갈대처럼 행동을 오락가락한다. 정치인이 내로남불해도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올바른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탈무드는 ‘사람은 갈대처럼 휘어지면서도 삼나무처럼 단단하게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인간이 갈대처럼 연약할지라도 생각하고 뿌리가 깊으면 미풍이 태풍이 되어도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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