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238년, 순자(荀子)는 주나라 말기 전국시대 사람이다. 인간은 본래 악하다는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한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후세 사람이 그의 언행을 기록하여 ‘순자’라 하였다. 이 책에는 공자(孔子)를 내세워 간신에 대한 다섯 가지 유형을 기록하고 있다.

그 무렵 공자는 노(魯)나라에서 사구라는 관직을 맡고 있었다. 사구란 형벌과 경찰을 담당하는 형조의 우두머리였다. 그런데 공자는 직무 7일 만에 노나라 대부 소정묘를 죽여 그 시신을 3일 간 궁궐 대문에 내걸었다. 소정묘의 죄명은 나라의 정치를 문란하게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당시 소정묘는 노나라의 권력자라 그 여파가 대단했다. 궁실의 신하는 물론이고 공자의 제자들 또한 깜짝 놀랐다. 공자의 제자 중에 자공(子貢)은 평소 소정묘를 인망이 높은 사람으로 여겼다. 그래서 스승인 공자의 행위를 힐난하였다.

“소정묘는 노나라에서 권세가 있는 인물입니다. 선생님께서 아무리 형조의 책임자라 하지만 이는 너무하시는 것 아닙니까?”

이에 공자가 자신의 행동을 자공에게 설명했다.

“나라를 통치하는 사람이 우선 제거해야 할 인물에는 다섯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가 임명받기 전에는 정의로웠다가 임명이 되면 마음을 반대로 먹는 음험한 자이다. 둘째가 말이 호화롭고 무지한 자를 잘 속여 자신의 이익을 얻는 자이다. 셋째가 사고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 자신의 생각으로 백성을 쳐다보는 자이다. 넷째가 아는 것은 많지만 그 뜻이 백성을 외면하는 어리석은 자이다. 다섯째가 비리를 저지르며 온갖 혜택을 누리지만 법의 심판을 피해 다니는 자이다.

이 다섯 유형에 해당하는 자들의 공통점이라면 대체로 말을 잘하고, 아는 것이 많고, 끼리끼리 뭉치고, 권력 여기저기 영향력을 뻗쳐놓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들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말과 행동에서 진실이 손톱만큼도 없다는 것이다. 이들의 행위는 온통 속임수뿐이며, 그 재주로 백성을 현혹하고 백성을 이용해 자신은 우두머리에 서려는 생각뿐이다. 이런 간악한 자들을 죽이지 않으면 도리어 나라가 위태롭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이들의 머릿속에는 나라는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 충성할 것이라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나라를 위해 꼭 죽여야 하는 자들은 남의 집 담을 넘는 도둑이나, 강도짓을 하는 흉악범도 있겠지만, 그 보다 급한 것은 바로 나라를 팔아먹는 이런 자를 죽여야 하는 것이다. 이런 자들이 벼슬에 오르면 충신들을 이간시키고 우둔한 백성을 잘못된 길로 빠뜨려 자신은 이익을 얻지만 나라는 피폐하고 마는 것이다.”

이는 ‘순자(荀子)’유좌편(宥坐篇)에 있는 이야기이다.

이천역일(移天易日)이란 하늘을 옮기고 해를 바꾼다는 뜻이다. 간신들이 정권을 농락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최근에 검찰개혁은 시대의 사명이자 국민의 명령이다. 그런데 곳곳에서 간신들이 활보하며 개혁을 저지하고 있다. 촛불혁명은 우리 사회의 적폐와 부조리를 몰아내는 일이다. 이번에 검찰이 개혁되면 다음은 언론이 개혁 대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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