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충청매일]  2개월이 넘도록 한명의 장관 임명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시끄러운 것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라가 둘로 나누어지는 듯하다. 장관은 행정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무위원회의 위원으로 헌법에 ‘국정에 관하여 대통령을 보좌하며, 국무회의의 구성원으로서 국정을 심의’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헌법에는 장관이라는 단어는 없다.

장관은 권력자이지만 그 뜻에는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국민의 심부름꾼, 봉사자라는 의미를 가진다. 고려시대 장관을 의미하는 시중(侍中), 복야(僕射)는 모실 시(侍), 종 복(僕)으로 심부름한다는 뜻을 가진다. 영국에서 장관을 부르는 ‘Minister’나 미국의 ‘Secretary’는 봉사, 비서 등을 어원으로 하여 남을 위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또한 장관으로 구성된 내각을 판자집이라는 어원을 가진 캐비넷(Cabinet)이라 부르는 것도 같은 의미이다.

청나라 말 25년 동안 국가를 이끈 이홍장(李鴻章)은 `칠중 사당론(七中四當論)'으로 다음 일곱 가지 조건 가운데 네 가지 이상이 합당되어야만 장관으로 발탁했다고 한다.

그 일곱 가지란, 주어진 일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을 만들어서 하는 사람, 쉬운 일만 하려 드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일을 하려는 사람, 일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사람, 주변에서 휘둘림 당하지 않고 주변을 휘두르는 사람, 나름 계획을 뚜렷하게 가진 사람, 남이 어떻게 보건 하는 일에 소신을 가진 사람, 하는 일로 마찰과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 일곱가지를 놓고 보면 조국 법무부 장관은 이홍장도 장관으로 발탁하였을 것이다. 국민의 절반이 부정적이라고 해도, 나라가 둘로 나누어지는 갈등이 있더라도, 사법 개혁이라는 어려운 일을 포기하지 않고 추진하고자 하는 것을 보면 충분히 장관으로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장관은 섬김이나 봉사의 의미 대신에 어른 장(長)에 벼슬 관(官)을 사용하여 전통적인 국민 아래 있는 사람이 아닌 권력자란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국민은 장관은 군림하는 자리가 아닌 국민 아래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 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선조들도 정승 판서를 임용할 때 능력보다 인간을 중시하였고, 인사청문회에서 부자가 장관이 되고, 금수저가 장관이 되기 어려워진 이유이고,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자식을 금수저로 만들고자 한 것에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이유이다.

우리의 장관은 능력보다는 정실과 엽관에 의하여 정치적으로 임용되어 왔다. 정권 창출에 대한 보답과 정권 재창출의 수단으로 장관을 임명하였다. 그러하니 장관의 수명이 평균 1년 6개월을 넘기지 못하였다. 조국 장관 임명이 지금까지의 관행적 임명이었다면 임용권자는 광화문 정치를 하루 빨리 종식시켜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임용권자와 여야 모두는 민심을 선동하거나 왜곡하지 말고 그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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