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선 청주시립도서관 사서]얼마 전 추석 인사 겸 지인들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 대부분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즐기며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20년지기 한 친구에게 얼마 전 출산을 하다가 큰 변고를 겪을뻔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행히 친구와 아기 모두 무사했지만 그날의 고난과 요즘의 일상을 설명하는 친구에게 왠지 모를 미안함과 ‘그래도 다들 별일 없어 다행이야’라는 생각이 들어 친구에게 말 못할 고마움도 생겼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박명애 작가의 산문집 ‘별일 없어 고마워요’이다. 청주 출신인 저자는 비존재ㆍ충북수필문학회 회원이며, 산문집 속 ‘겁나게 그 말’로 제13회 충북여성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책은 일상의 소박한 행복에 대해 저자만의 정갈한 문체로 전달한다. 빠르게 진화하는 문명 속에서도 저자의 시간은 더디게 흐른다. 달팽이처럼 느린 시선으로 걸으며 그늘에서도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삶을 읽어내고 겸허하게 일상을 추스른다. 그리고 만나는 모든 생명들을 귀하고 수평한 관계로 여기며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을 보듬는다. 모두 별일 없기를 모두가 차별받지 않고 소외되지 않는 평온한 사회가 오길 기원하는 마음이 담겼다.

인연 닿은 이들의 삶을 그린 ‘그대’, 따스한 기억 ‘햇살아래서’, 길 위에서 만난 풍경을 스케치한 ‘바람’, 사회에 대한 통찰이 담긴 ‘흐르는 물처럼’, 저자의 내면을 그린 ‘담담하고 은은하게’ 다섯 편으로 나누어진 산문들은 정갈한 문장과 시, 그림이 어우러져 수채화처럼 맑은 여운을 준다.

각박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비상구처럼 열리는 삶의 여정처럼 ‘별일 없어 고마워요’를 통해 삶에 대한 성찰과 위안을 느끼기 바라며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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