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충청매일] 역대 최고의 태풍이 불고 있다. 지금까지 어떤 장관이나 대통령 후보도 이처럼 혹독한 검증절차를 거친 적이 없다.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시쳇말로 탈탈 털리고 있다. 초기에는 뭐라도 나오겠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하나하나 의혹이 밝혀지면서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교수라는 지위와 인맥을 이용했다는 의혹도 있으나, 밝혀지는 진실은 오히려 그 반대이다. 그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했을 법한, 또 일반적으로 그렇게 하고들 있는 청탁이나 부정의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 저급한 언론과 정치인들의 악의에 찬 추측은 빼고 말이다.

도대체 조국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졌다. 법무장관 후보로 지명돼 모든 언론의 지면과 인터넷을 도배하기 전 까지만 해도 그저 진보진영의 한 인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가 과거에 했던 인터뷰와 강연 영상을 찾아봤다. 뭇 남성들이 불편해하는 외모와 지위를 빼고라도 그의 말과 태도는 충분히 구별되었다. 일반적으로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그가 하는 말과 행동을 기준으로 하는데, 말과 행동이 진짜임이 밝혀지기까지는 너무 오래 걸리고, 그 사이에 이미 선택(선거, 채용 등)은 끝나버린다. 그래서 필자는 말의 내용뿐만 아니라 말하는 이의 태도를 유심히 관찰한다.

말을 할 때 보여지는 눈빛, 표정, 말투, 몸가짐 등을 ‘비언어적 대화’라고 하는데, 이 비언어적 대화가 말의 내용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전달해 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후보시절 TV 토론회에서 보여준 말과 비언어적 대화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녀의 말(공약)의 내용만 본다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용이 아니라 말을 하고 있을 때의 비언어적인 대화를 유심히 관찰하면 그녀는 자신이 걸어왔던, 또 걸어갈 길과는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가 뼈저리게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반면 조국장관은 이 비언어적 대화에서 매우 큰 안정감과 신뢰감을 준다. 긴 시간의 강연과 인터뷰에서도 그 모습은 흐트러짐이 없다. 얼핏 재미없고 세련되지 못한 것 같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꾸밈이 없어 더 믿음이 생겼다. 물론, 이 판단은 순전히 필자의 기준이고, 최종 평가는 그가 보여줄 개혁의 모습으로 판가름이 날 것이다. 다만,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많은 의혹과 비방에서 그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판단 기준은 충분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국 장관이 추구하는 이념은, 현재 기득권 층(검사, 국회의원, 재벌 등)에 절대적으로 유리한(편파적인) 사회구조를 뜯어 고쳐서 모두가 공평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가 구별되는 또 다른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 어쩌면 자신에게 손해가 될 수 있는데도 공평한 사회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가난한 사람이 아끼고 절약하며 사는 것은 쉽지 않지만, 부유한 사람이 아끼고 절약하며 사는 것은 이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그는 굳이 진보를 택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보수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그쪽 편에서 사는 것이 더 쉽고 이득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약자의 편에서 개혁을 추구한다는 것은 아무나 갈 수 있는 길은 아니다.

필자가 조국의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아마도 지금 그가 가고 있는 좁고 힘든 길을 선택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적어도 거짓 의혹과 혹독한 검증과정에서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가 묵묵히 가고 있는 길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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