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정보원 원장

[충청매일] 우리의 삶을 바꾸고, 스마트 시대를 이끌었던 혁신적인 제품 아이폰(iPhone) 신화의 주인공인 스티브 잡스가 글꼴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스티브잡스는 경제적 이유로 대학을 중퇴했고, 캠퍼스 내 수업 도강을 하던 중 타이포그래피 수업을 들은 경험을 2005년 스탠포드 졸업식 명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내 인생의 전환점은 타이포그래피 수업이었다." 그는 자신 학창시절의 타이포그래피 수업을 통해 타입과 타이포그래피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것이 지금의 애플을 만들게 된 시작점이 되었다고 말하였다.

단순한 활자의 모양인 글꼴이 어떻게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영향을 미쳤을까? 1976년 애플사는 최초의 개인용 PC ‘애플1’을 세상에 선보이며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1980년대 이르러 애플사는 IBM사와 경쟁에서 PC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되었고, 이를 타개할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식 운영체제를 연구해 매킨토시라는 컴퓨터를 통해 GUI를 확립시켰다. 기계어 중심의 운영체제에서 그래픽 기반의 아이콘을 통해 사용성을 높이고, 이러한 인터페이스 디자인과 더불어 매킨토시 컴퓨터 자체도 각진 ‘기계’에서 부드러운 테두리와 시각적 효과를 높인 친근한 개인용 ‘제품’으로 디자인하였다.

이는 시각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브랜드의 이미지화 성공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애플하면 ‘감성’과 같은 동의어로 통한다. 애플의 GUI 운영체제, 브랜드화의 중심에는 학창시절 배운 타이포그래피 수업에서 배운 서체 ‘Garamond’ 였다. 스티브잡스는 기존의 ‘Garamond’ 서체를 현대적으로 개선해 ‘Apple Garamond’를 제작, “Think Different” 브랜드를 만들어 애플사의 모든 제품 및 광고캠페인에 적용해 애플만의 독자적인 감성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였다.

2018년 5월 문체부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세종 탄신 621주년을 기념해 3천 6백종 한글 글꼴의 정보를 제공하는 누리집 ‘한글꼴 큰사전’을 대국민에게 공개하였다. 디자인 개발사가 글꼴을 등록하면 글꼴 제작시 필요한 오류 및 품질규격을 자동으로 검사 및 결과를 제공해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아름다운 한글만큼 다양한 서체가 존재하고 있으나 그 가치를 알고 수집하고 기록, 활용할 수 있는 체계화하는 것은 여전히 더디다. 훈민정음 창제 576년 이후 다양한 한글 글씨체가 남아 있다. 국외적으로 1938년 5월 고려인이 발간한 ‘레닌기치’ 신문의 활자체부터 윤동주 손글씨, 안중근 의사, 신영복 선생 손글씨 등 한글과 함께 한 아름다운 글꼴이 많이 남아있다.

우리가 가진 아름다운 한글과 글꼴을 기록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정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글씨체 등 기록문화자원을 수집하고 보존해야할 것이며, 개인별 손글씨체를 기증받고, 이를 상업적,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저작권 등 법제도적 측면을 강화하고 지원해야할 것이다.

스티브잡스가 Garamond 서체를 통해 새로운 혁신 제품을 만들어 내었듯이, 21세기 디지털 가상공간에서도 우리의 서체가 오랫동안 우리에게 영감을 줄 수 있도록 다양한 글꼴에 대한 체계적 수집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지 576년이 흘러 디지털시대에 한글의 날을 맞이해 한글 글꼴에 대한 연구가 새로운 혁신의 시작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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