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충청매일] 전쟁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 전략이란 말은 오늘날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이다. 웹스터(Webster) 사전은 전략을 “전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전쟁을 수행하는 사람의 힘을 무장하는 과학이면서 하나의 기술(art)로서 적을 자기에게 유리한 상황에 두려는 군지휘자의 과학이고 기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 가운데 군사와 외교에서 많이 사용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벼랑 끝 전략(brinkmanship)이다. 벼랑 끝 전략은 극한 전략으로 종종 같이 죽자는 특징을 가진다. 벼랑 끝 전략은 선택의 대안 없이 일방적 의제를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대상이 사람으로 바뀌는 형상을 가진다.

예로 북미 대화가 김정은과 트럼프로 바뀌는 양상이다. 다른 전략과 같이 벼랑 끝 전략도 속임수를 내포하여 처음에는 협상용으로 벼랑 끝 전략을 사용한다.

냉전 시대에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존 포스터 덜레스(J. F. Dulles)는 “전쟁에 이르지 않고 벼랑에 이르는 능력은 필요한 예술이다. 이 예술을 정복하지 못하면 불가피하게 전쟁에 이르고 말 것이다. 전쟁을 피하려고 하거나 벼랑에 가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전쟁에 지게 된다.”고 하고 있다.

철학자 러셀(B. Russell)은 핵무기를 전제로 한 벼랑 끝 전략을 치킨게임에 비유하면서 ‘벼랑 끝 전략은 한쪽이 물러나도록 강력한 압박을 한다. 둘 다 안 물러나면 공멸한다고 한다.’고 한다. 

강자의 입장에서 벼랑 끝 전략은 압박의 속임수로, 약자의 입장에서는 최후의 생존 전략이란 명분으로 종종 공갈 전략으로 사용되는 데 미국의 대 중국 무역 분쟁에 대한 트럼프의 카드는 전자의 입장을 북한의 핵무기를 바탕으로 한 전략은 후자의 입장에서 사용되는 벼랑 끝 전략으로 이해되곤 한다.

지금 한일관계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수상은 일종의 벼랑 끝 전략을 택할 자세를 가지고 있다. 아베 수상은 우리 산업의 중추인 반도체 산업을 겨냥하고, 문재인 대통령은‘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카드로 내세우고면서 일본의 대북한 알레르기를 자극하고 있다.

아베 수상에 있어서 우리의 징용 판결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의 정치 철학을 반영한 헌법 개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징용 판결을 없던 것으로 한다는 것은 과거사 청산을 바탕으로 하는 정권의 정체성에 흠집을 낼 수 있다. 지금의 모습은 벼랑 끝 전략이 치킨 게임으로 변질 되어 먼저 포기하는 측이 겁쟁이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수상이 협상용으로 제시한 벼랑 끝 전략이 진짜 벼랑 끝 전략이 된다면 두 나라 국익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더욱이 동북아 국제정세는 현재의 안정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불확실성 속으로 휘말려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나라의 새로운 전략적 기술(art)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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