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정보원 원장

 

[충청매일]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이 탄생한 청주시에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ICDH)가 2020년에 건립된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유네스코의 5대 분야, 교육(아태국제이해교육원), 문화(아태무형문화유산센터), 인문사회과학(국제무예센터), 자연과학(물안보국제연구교육센터), 정보커뮤니케이션(국제기록유산센터) 관련 센터를 모두 설립하는 나라가 된다. 특히 국제기록유산센터(ICDH)는 기록유산 분야로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최초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

국제기록유산센터의 건립은 한국 기록문화 역사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고려시대 ‘팔만대장경’,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한 세계최초 금속활자 책인 ‘직지심체요절’, 1443년(세종25) 누구나 글을 읽고 기록할 수 있도록 한 ‘훈민정음’ 창제, 조선왕조 500년의 기록물인 ‘조선왕조실록’ 등은 찬란한 우리나라의 기록문화유산을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역사적 배경 하에 국제기록유산센터(ICDH) 건립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국제기록유산센터(ICDH)의 주요 기능은 크게 네 가지가 있다. △기록 유산의 보존 및 접근 정책 연구 개발 △개발도상국 중심 국가별 맞춤형 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수행 △세계기록유산 사업 및 성과 홍보 △세계기록유산 등재 후 관리 등 세계기록유산사업 지원 등이다. 아직은 센터(ICDH)의 기능에 대한 세부적으로 명확하게 설정되지 않아 우리 센터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큰 그림을 그리고 유네스코와 협의해 상세하게 디자인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국제기록유산센터(ICDH) 기능 정립에 있어 우리나라의 선조들의 기록유산에 대한 정신을 되살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기록유산 정책 기능이다. ‘조선왕조실록’은 왕에 대한 기록 뿐 만 아니라 의녀 장금(長今), 광대 ‘공길’ 등 다양한 대상에 대한 기록을 통해 전 세계가 열광하는 한류문화의 자양분이 되었듯이 죽은 기록유산이 아닌 현대 ‘문화콘텐츠’로 되살아 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개도국을 대상으로 기록문화 교육 제공이다. ‘어리석은’ 백성도 글을 읽고 기록할 수 있도록 한 ‘훈민정음’ 정신은 기록의 대상이 소수의 기득권이 아닌 ‘모두의 기록’이어야 함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경제적 개발 논리에 사라지고 멸실돼 가는 개도국의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대상을 기록함으로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보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기록유산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역할이다. 한류가 이처럼 널리 퍼질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의 기록유산의 문화콘텐츠화와 더불어 문화의 디지털화를 통해 누구나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정보화’의 역할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계기록유산의 사후관리 및 모니터링은 청주시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이 역사적 가치를 지닐 수 있었던 것은 왕에 대한 기록에 있어 왕의 명암을 사실에 기반해 기록할 수 있도록 한 ‘사관’의 역할이 컸다. 이처럼 기록유산이 정치·사회적 논리에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록문화의 도시인 청주에서 우리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기록유산의 정신이 온전히 국제기록유산센터(ICDH) 기능에 담겨 세계에서 유례없는 센터로 새롭게 정립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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