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충청매일] 푸른 나무 위로 새들이 날아간다. 그 위쪽엔 파란 하늘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가끔 구름 몇 점이 지나간다. 시시때때로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거실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유리창 밖의 움직임을 바라보고 있다. 나뭇잎이 흔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바람은 없나보다.

나는 집안에서 유리창을 통해 밖의 행동거지들을 보고 있다. 그러나 밖에서는 내가 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고 있다. 꽃이 피고지고 세월의 흐름을 느끼지만 누군가가 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유리창은 안에서는 밖이 보이지만 밖에서는 안이 잘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밖의 나무가 비춰져 숲의 연장으로 보일 수 있다.

마치 솔거의 황룡사 금당벽화 ‘노송도’를 진짜 소나무로 착각하고 새가 날아들어 부딪혀 떨어지듯, 유리창에 투영된 나무를 진짜로 착각하고 가끔 새들이 날아든다. 이렇듯 밖에서는 안이 전혀 보이지를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 보고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행동한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안과 밖이 완전 다르다. 이와 같이 내 안의 마음과 밖의 마음도 다를 것이다. 안은 조용하고 고요가 흐른다.

반면 밖은 항상 소란스럽다.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며 무한 경쟁 속에서 생활한다. 내가 살기 위해 살려고 상대를 죽여야 하고 출세를 위해서는 친구도 버려야 한다.

내가 없으면 모든 것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보는 이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그런 일들을 서슴없이 죄책감 없이 저지르고 있다.

우리들은 많은 환경을 접하며 살아야 하기 때문에 변화무쌍하다.

살갗을 에는 듯한 추위도 겪어야 하고 이글이글 타오르는 폭염도 견디며 살아야 한다. 그 느낌을 안으로 모두 전해주면 견뎌내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져 버릴 것이다. 그 안과 밖의 차단 역할을 유리창이 해준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은 두 개일 것이다. 앞에서는 선한 척하고 뒤에서는 악한이 된다.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지구 밖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살고 있다.

그들 중에는 선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악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유리창 너머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모두가 이를 의식하고 착한 행동들만 할 것이다. 모르기 때문에 죄의식 없이 오늘도 선과 악을 건너다니고 있을 것이다.

지구 밖, 우주 공간에서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 거짓 인생을 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보고 있든지 보지 않든지 나는 나를 위해 살아가면 문제없을 것이다. 창공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새들은 생각이 자유롭다.

그렇게 비행하다 먹이가 나타나면 먹고 또 날아가면 된다. 평소 하던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면 된다. 유리창 안을 의식하지 말고 안과 밖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대로 살아가면 되겠다.

추운 겨울 유리창에 성에가 가득하다. 밖이 보이지 않는다. 봄이 오길 기다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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