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충청매일] 충주는 장마라고 이름만 왔다 간 듯하다. 이어서 삼복더위가 생활을 지치게 하고 있다. 미룬 일이 있어서 주말에 연구실에 나왔더니 컴퓨터가 말썽이다. 종종 그렇지만 스마트폰도 집에 두고 왔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삶은 컴퓨터 아니면 모바일에 지배당하고 있다. 기계치였던 집사람도 눈만 뜨면 모바일로 뉴스를 보고, 밤새 친구로부터 온 카카오 톡의 문자와 동영상을 본다. 나도 신문보다 태블릿으로 주요 뉴스를 검색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학교 연구실에 오면 먼저 컴퓨터 스위치를 켜고, 방학 중이라 중요한 메일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종종 수첩에 적어 놓은 비밀번호를 보면서 메일계정을 여는 것부터 하루를 시작한다. 별 볼일이 없는 상업용 메일을 지우는 것도 하루 일과이다.

한국인이 평균 약 200분을 사용하는 모바일 앱을 이용하지 않는 구세대이지만 아침 출근부터 저녁 퇴근 때까지 학생이나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결재부터 책이나 논문 읽는 일까지 컴퓨터 속에서 산다. 

그러나 오늘 하루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서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컴퓨터 밖에서 살게 되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없다는 것이 먼저 불안으로 내게 다가왔다. 스마트폰 시계에 의존하다보니 시계가 손목에도 연구실 벽에도 없으니 지금이 몇 시인지 알 수가 없다. 점심 먹으러 가야 할 때가 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지금까지 배가 고파서 점심을 먹으러 가기보다는 점심시간이 되어서 식사하러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살면서 종종 듣는 소리로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한다. 시간을 알려 주는 컴퓨터와 스마트 폰이 없다보니 시간이 일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컴퓨터와 스마트 폰이 없다보니 해결할 문제 자체가 없어진 듯하다.

하루 동안 인터넷을 하지 않으니 트럼프가 어떻고 아베가 또 무슨 일을 해서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지 걱정할 일이 없어졌다. 문제해결을 위해 사용하는 컴퓨터와 스마트 폰이 없으니 아이러니하게도 문제가 사라진 듯하다.

PC와 모바일로 일하는 사람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우리는 PC 모니터와 스마트 폰의 화면을 보면서 많은 시간을 무가치하게 낭비하고 있고, 그것에 중독되어 있다. 

일전에 한나절 학교 전체가 정전이 된 적이 있었다. 강의실이 어둡지는 않았지만 컴퓨터와 빔 프로젝트를 매개로 하는 수업이 중단되었다. 컴퓨터가 없으니 칠판에 글을 써가면서 수업을 하자니 준비한 수업 교재를 활용할 수 없어서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 오랫동안 분필로 칠판 수업을 했지만, 컴퓨터가 그것을 삼켜버리면서 잃어버렸다. 

이제 컴퓨터, 스마트 폰, 네트워크가 없으면 모든 것이 중단되고 멈추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이 멈출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개인과 달리 조직과 사회가 컴퓨터 밖에서 살 수 없는 시대가 되었지만, 컴퓨터 없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