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충청매일] 최근 개봉한 영화 ‘나랏말싸미’가 세종대왕을 폄훼(貶毁)했다 해 역사왜곡 논란이 일고 있다. 훈민정음 상주본 대법원 판결과 시기를 맞춰 상영된 영화는 실제로 이 사건이 소재가 돼 더욱 흥미를 끌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한글은 세종임금이 창제한 것으로 알고, 극히 일부 학자들만 알고 있는 신미대사(信眉大師)가 조력한 사실을 크게 조명했으니 아무리 영화가 허구적인 장르라 해도 역사 고증은 거쳐야 했다. 

간송미술관에 보관된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해례본은 1997년 10월에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먼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지금 세상에 회자되고 있는 2008년도에 배익기에 의해 경상북도 상주에서 발견됐다고 하는 훈민정음 상주본에 대해 지난 7월 11일 대법원은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직지의 경제적 가치는 필자가 1911년 직지가 프랑스에서 경매에 부쳐질 당시의 가격 180프랑을 현 시세로 환산, 경매가격이 4억800만원에 달한다는 결과를 낸 바 있다. 또한 2009년도에 ‘잃어버린 직지를 찾아서’를 출간하면서 직지보다 78년 늦게 인쇄된 독일 구텐베르크 성서 가운데 1권이 1987년 미국 뉴욕의 한 경매시장에서 540만달러(약 200억원)에 낙찰된 것을 근거로 경제적 가치를 산출했다. 이러한 산출방식은 현재 구텐베르크 성서가 전 세계에 48부 남아 있지만 직지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단 한 권 남아 있는 점, 그리고 환율 등을 감안하면 직지의 경제적 가치는 1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앞서 2004년도에는 충북개발연구원에서 직지의 문화적 자산 가치를 8천694억원으로 산출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것은 경제적 가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화 창출과 역사성을 회복하는 무형적 자산으로 남아야 함에도, 이러한 사례를 훈민정음의 경제적 가치 잣대로 작용한 모양이다. 

그렇다면 배씨가 소장한 훈민정음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 그가 주장하는 대로 보상금이 1천억원의 가치가 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일부 언론에서 3억원 정도에도 이르지 못한다고 했듯 실재 거래가 된다면 이보다 더 낮아질 수도 있다. 우선 배씨의 소장 경위가 합법적이지 못해 소송사건과 관련이 있고, 원본에서 2장이 떨어져 나간 결본(缺本)이다.

특히 서지학적으로 가장 중요시하게 여기는 형태가 불에 타거나 해책(解冊)이 된 상태로 원형을 잃어 가치가 형편없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또 하나는 직지와 같이 금속활자 유일본이 아니라 목판본이며, 이보다 더 상태가 좋은 간송박물관 소장본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국보급 문화재를 누가 선뜻 사려고 나서는 이가 전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배씨는 문화재를 더 이상 훼손시키지 말고 국가의 권고에 충실히 따라야 한다. 정말 배상을 원한다면 2003년도에 ‘직지찾기운동본부’에서 직지를 찾아 공개했을 때 현상금 1억원 정도에서 해결을 해도 과분하다. 개인이 소유한 국가 문화재는 반드시 국가로 되돌려주어야 함이 마땅하다. 국가의 강제집행에서 환수(Replevin)를 당하는 것보다 이 나라의 국민이라면 조건 없이 무상 헌납해 세종임금의 애민(愛民) 정신을 저버리지 않는 결단을 내리는 무심(無心)의 자세를 가져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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