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충청매일] 학기가 끝나고 학생 성적 사정이 끝나면 반대로 학생이 교수 평가 결과도 개인에게 공개된다. 아직은 학생이 선생을 평가한다는 데 익숙하지 않은 문화로 긍정적이고 관대한 평가를 하지만, 가끔은 나를 놀라게 하는 평가도 있다.

내 나름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한다고 수업시간에 다이어트를 사례로 설명하였다. 거의 10여년 동안 그 사례로 설명하였는데 학생 평가건의사항에 다이어트 사례를 들지 않았으면 한다는 내용이 건의로 올라왔다. 그것을 읽는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을 하였다. 여학생의 경우 비만은 가장 큰 고민으로 대학 교양에서도 다이어트와 비만 관련 과목은 항상 인기 강좌가 된다. 나는 학생들의 관심사항이라 재미와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 든 사례인데 비만인 학생의 입장에서는 창피하기도 하고 듣기에 거북했을 것이다. 여학생 비만율이 20%에 달하는 상황에서 강의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고민을 예로 설명하여 학생들에게 아픔을 주었다고 생각하면 내가 큰 잘못을 한 것이 분명하다. 학생의 평가를 받은 뒤에 지금은 새로운 사례를 들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0세기를 기획의 시대라고 하면, 21세기는 평가의 시대라 한다. 평가에 의한 부담으로 초등학교에서 평가인 시험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지만, 중고등학교부터 직장을 그만둘 때까지 우리는 평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철밥통이라고 하는 교수직도 업적평가 성과평가라는 이름으로 매년 평가를 받고 평가 결과에 의하여 성과급과 연봉이 결정된다.

평가는 크게 두 가지 목적으로 실시된다, 하나는 적극적인 목적으로 평가 결과 잘못된 것을 확인하여 개선하기 위해서 이루어지는 평가이고, 다른 하나는 소극적 목적으로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인센티브를 주고, 승진에 활용하고, 때로는 징계의 기준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전자가 전통적인 평가의 목적이라고 하면 후자는 미래지향적인 현대적 개념의 평가에서 강조하는 목적이다.

개인의 발전을 위해 일일삼성(一日三省)으로 자기발전을 추구할 것을 성인들은 가르치고 있다. 또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한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는 실패 요인에 대한 평가와 평가 결과 잘못된 것을 수정하는 노력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현대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는 조직과 기업이 지속적 성장을 위해 학습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 학습조직 또한 평가의 적극적 목적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평가는 아직도 평가의 소극적 목적에 치중하여 연봉이나 월급을 더 주거나 깎는 수단으로, 구조조정에서 인력 감축의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줄을 세우고 입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평가의 소극적 목적만 강조하게 되면 실패의 자유를 부정하게 된다. 많은 발전은 실패의 자유로부터 나온 것이다.

개인과 같이 국가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평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목적 또한 소극적이 아닌 적극적 목적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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