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석
한국교통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충청매일] 최근 첨단 기기들의 등장으로 우리의 모습은 많이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멀티태스킹이다. 우리는 걸어가며 스마트폰으로 버스 도착 시간을 확인하고, 식사를 하면서 SNS의 뉴스피드를 확인하며, TV를 보면서 모바일 인터넷 서핑을 한다. 그 덕분에 우리는 더 빠르고 더 편리하게 다양한 정보들을 받아볼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대신 잃어버린 아주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집중력이다.

현대 사회에서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는 능력은 반드시 갖추어야 할 중요한 자질로 간주 된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본래 집중보다는 산만에 더 가까운 구조로 설계돼 있으며, 첨단 기술의 발달로 태어난 각종 스마트 기기들은 우리의 산만함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만약 하루에 최소한 한 시간씩만이라도 그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은 채 집중할 수 있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생각해 본다.

우리는 하루 종일 끊임없이 밀려오는 정보의 홍수에 노출돼 있다. 그 정보들은 다양한 미디어 채널들을 통해 우리에게 도달한다. 문자메시지와 이메일, 푸시 알림, 팝업창 등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노트북 화면을 서로 경쟁하듯 차지하며 우리 의식의 문을 두드린다. 소셜미디어, 실시간 중계, 디지털 게임, 가상현실 게임 역시 우리의 주의력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 집어삼킨다.

우리는 심지어 앞서 소개한 모든 주의력 방해 요인들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기까지 한다. 뉴스나 영화 하나를 지긋이 청취하거나 감상하는 대신에 하나의 정보와 다른 정보 사이를 지속적으로 넘나드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혹시 내가 진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은 다른 그룹 채팅방에서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으면 어떻하지? 라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우리는 그렇게 무의식중에 수많은 미디어 자극에 끊임없이 노출된다. 즉, 우리의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주된 요인은 끊임없는 외부의 방해와 ‘멀티태스킹’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주의력을 산만하게 만드는 요인이 비단 외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내부에서도 방해 공작이 시작된다. 참고로 노동연구가들은 ‘외부적’ 방해 요인과 ‘내부적’ 방해 요인을 구분하고 있다. 해당 전문가들은 또 사무실 책상 앞에서 일을 하는 직장인들의 경우, 스스로 내부 방해 요인을 불러일으키고, 그 횟수도 외부 방해 요인보다 결코 적지 않다고 말한다. 자각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자체 태업 상태’, 다시 말해 ‘의지가 동반된’ 자체 업무 중단 상태에 돌입하는 것이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자신의 능력을 한껏 과시하고, 인정받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부와 명예를 거머쥐고 싶은 사람들에게 멀티태스킹 능력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여왔다. 문제는 인간에게 그런 능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1950년대 맨체스터 공대 교수였던 에드워드 콜린체리는 그러한 세간의 믿음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칵테일파티 실험’이 바로 그것인데, 이 실험에서 채리 교수는 ‘멀티태스킹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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