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충청매일] 얼마 전, 우리나라 최초의 국민참여재판을 소재로 한 배심원들이라는 영화가 국민의 관심 끝에 개봉했습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의한 판단을 모토로 전격적으로 도입된 국민참여재판 소위 배심원 재판은 많은 사례는 아니나 여전히 운용되고 있습니다. 저 또한 공직선거법 위반 등 사건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처음으로 진행해 봤고, 오늘은 그 느낌을 적어 볼까 합니다.

솔직히, 변호사의 입장에서 국민참여재판에 우호적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유무죄를 가리는 중차대한 일을 전문법관이 아닌 일반인들의 손에 맡긴다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제 스스로의 판단보다는 의뢰인의 요청에 의해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진행해 보고 나서 직접 느낀 바로는 비전문가의 판단에 따른 우려는 말 그대로 불필요한 걱정이라는 점입니다. 너무나도 훌륭한 모습을 보여 주셨고, 정확한 판단을 해주셨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은 원칙적으로 당일 즉 하루에 재판을 마무리 하도록 돼 있습니다. 제가 맡았던 재판도 전날 아침 10시에 시작해, 밤새 증인신문이 이어졌고 하루를 지나 다음날 새벽 4시30분에 변론이 종결되었고, 새벽 6시 에서야 판결의 선고가 이뤄졌습니다. 한 사람의 유무죄의 판단을 위해서, 책임감을 가지고 1박2일의 마라톤 재판을 버텨 낸 배심원들의 수고에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변호사들이 국민참여재판에 우호적이지 않은 이유는,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만을 한다고는 하나 재판에 있어서 사실의 문제인지 법리의 문제인지가 완전히 독립적인 것은 아니기에 비전문가의 판단을 신뢰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만약 유죄가 인정될 경우 지나치게 감정적인 측면에 치우쳐 지나치게 무거운 형을 부과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배심원들의 적절한 구성이 가능한 것인지와 검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변호사의 방어논리 보다는 검사들의 주장을 쉽게 수용해서 결국은 재판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배심원제도를 근간으로 힘차게 출발했으나, 생각보다는 국민참여재판이 활성화되지 않은 것을 보면 꼭 저 혼자의 개인적인 걱정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직접 배심원 재판을 진행해 본 결과 모든 배심원들이 장시간의 재판임에도 불구하고 집중력 있게 재판에 참여하였고, 그 판단의 과정에서 매우 합리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일부 무죄로 판단한 부분과 관련해서는 변호사들의 의견을 깊이있게 경청하고, 그러한 내용을 수용해 만장일치로 무죄평결을 한 부분은 고무적인 부분입니다. 또한 유죄로 판단한 부분에 있어서도 변호인의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아쉬울 수는 있으나 그 판단의 결과 또한 수긍할 부분이 있었다고 보입니다. 특히나 일부 양형과 관련해서는 재판부의 최종적인 선고형 보다 낮은 형을 선고하는 것에 다수가 찬성한 측면을 보자면 선고형의 결정의 과정에서도 나름의 균형적인 시각을 충분히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직접 경험하면서 나름 ‘선진국형’ 사법시스템인 국민참여재판이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꼈으며 개인적으로는 의뢰인과 상의해 국민참여재판을 적극 신청해 볼 생각입니다. 든든한 국민참여재판 속에서 배심원들의 합리적이고 균형적인 판단을 통해서 형사사법시스템이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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