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예총 부회장

[충청매일] 어느 도인과 제자와의 사이에 오간 대화가 재미있다. “스승님! 무엇이 도입니까?<제자>" “밥 먹을 때 밥 먹고, 잠 잘 때 잠을 잡니다.<스승>" “우리 같은 소인(小人)들도 밥 먹을 때 밥 먹고, 잠 잘 때 잠을 잡니다.<제자>" “소인들은 밥 먹을 때 딴 생각을 하며 밥을 먹지만, 도인(道人)들은 밥 먹을 때 밥 먹는 생각을 하고, 잠을 잘 때는 잠자는 생각을 하느니라!<스승>" 그렇다! 공부 할 때는 공부하는 것을 생각하면 공부의 능률이 오르고, 일 할 때는 일하는 것을 생각하면 실수가 없을 것이다 매 순간을 이렇게 깨어 있는 생활을 하는 게 깨달음이다.

요즘 난 ‘대승심’으로 순간순간 마음을 점검하고 있다. 대승이란 ‘큰마음'을 지칭한다. 시간적으로는 영원하며 공간적으로는 무한한 우주적 마음이다. 대승은 생활의 나침반이요. 인생의 이정표이자 목적지가 되었다. 대승적으로 마음을 쓰기 위해 조견(照見) 수행을 하고 있다. 조견이란. ‘내가 내 마음을 비춰 보는 것’이다. 과연 지금 마음은 넉넉하게 쓰고 있는가? 혹시나 이기적으로 옹졸하게 쓰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순간순간 마음을 점검하던 중 ‘참괴(慙愧: 참으로 부끄러운)’한 마음을 경험했다.

나는 이곳 중국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항상 고맙게 생각하며 지내왔다. 한국에선 젊은이들만 좋아하는 세상이 되어서, 교사들 나이가 쉰 살만 넘으면 학생들이 싫어한다고 한다.

명예퇴직을 희망하는 교사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에선 절대로 그렇지 않다. 교사들 말에 거역하는 학생이 전혀 없고, 학교폭력이 ‘전무(全無)’하다. 그리고 한국인들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이곳 학생들과 생활하면서 ‘내 나이가 늙었다’고 느껴본 적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즐겁게 지도할 수 있다.

지난 달에는 이곳 학생들이 문화교류의 일환으로 증평 형석고등학교를 방문하는 행사가 있었다. 그동안 학교 당국이나 학생들이 내게 보여준 호의에 보답하는 뜻으로 5만원씩 넣은 봉투 3개를 만들어서 겉에는 ‘이루평안(一路平安: 잘 다녀오세요)’이라고 쓰고, 교장, 지도교사, 학생대표에게 주었다. 5만원이면 중국 노동자 3일치 일당은 되는 제법 큰돈이다. 마음속으로 “은혜를 베풀었을 때는 보답을 바라지 말고, 주었다는 생각조차 하지 말자!”란 다짐을 했다.

여행이 끝나고 나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한국학생이나 교사들 같으면 ‘선생님 고마워요! 주신 돈으로 맛있게 사먹었어요!’라고 인사를 할 것 이다. 선생님도, 학생들도 누구 하나도! ‘고맙다'는 인사는커녕 ‘잘 다녀왔다’는 인사조차도 없었다. 뭘 바라고 준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마음이 불편하고 불쾌하기까지 했다. 사실은 체면을 중시하는 관습을 이해하지 못한 나의 불찰, 즉 ‘오해(誤解)’에서 비롯된 것이다.

‘조견’ 이란 말이 문득 생각났다. 그러자, 그동안 불편하고 불쾌해 했던 이 마음이 얼마나 옹졸한가?! 대승심으로 넉넉하게 살자는 각오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오해’에서 비롯된 불편한 마음을 조견을 통해 스스로 바라보니 참괴 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뉘우치고 부끄러워하는 참회의 마음까지 이르렀으니 나는 한층 성숙해지는 것 아닐까!? 이렇게 생각해 보았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